[헤럴드경제=양대근ㆍ김진원 기자] “오원춘 사건은 솔직히 말해서 부담됐죠.”

2012년 수원에서 일어난 일명 ‘오원춘 사건’을 담당한 김모 국선전담변호사의 말이다. 끔찍한 범죄로 전 국민을 분노케 한 장본인을 변호하게 된 김 변호사는 당시 느꼈던 부담감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하지만 ‘사형을 선고받는다 하더라도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라는 국선변호사로서의 사명을 떠올리고 사건을 하나하나 되짚기 시작했다.

김 변호사가 주목한 것은 ‘인육(人肉)’논란이었다. 그는 국민적 분노를 키운 기폭제가 됐던 인육 논란의 진원지를 추적했다. 그리고 사건 초동 현장에서 누군가가 우연히 내뱉은 말이고 사실무근이었음을 확인했다. 김 변호사의 이러한 노력 덕분에 오원춘은 사형을 면하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선변호인의 별칭은 ‘앵무새’였다. 낮은 기본보수와 부족한 자기시간, 세간의 관심부족 등을 이유로 별다른 변호없이 ‘선처를 바란다’는 형식적인 말만 법정에서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지금은 과거와 완전히 상황이 달라졌다. 수사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점을 놓치지 않고 실체적 진술을 파헤치는 국선변호인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제는 ‘소수의견’, ‘너의 목소리가 들려’(너목들)처럼 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으로 국선변호사가 등장하기도 한다.

최근 수사기관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강간죄를 적용받아 기소된 A씨 역시 국선변호인 두 사람의 노력으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이처럼 국선변호인의 활약상이 날로 두드러지고 있지만 이들을 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국선전담변호사는 월 평균 30건 정도 형사사건을 수임한다. 이처럼 형사사건만을 수임하다 보니 변호사 업계 일부에서는 ‘민사 사건은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반쪽짜리 변호사’라는 시선이 여전히 남아 있다.

수임과 상관없이 안정적 급여를 받는다는 점도 부러움과 시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국선전담변호사는 세전으로 월 800만원을 받는다. 경력 2년 이하인 신임 변호사의 경우에도 월 600만원(세전)이 지급된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건당 약 7만원 수준이었던 국선변호사 수임료에 비해 4~5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A국선변호사는 “최근에는 변호사 선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겠다는 사람보다는 점점 국선전담변호사를 거쳐 다른데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늘어나 안타깝다”며 “몇년 했으면 너네 국선전담(변호사) 그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외부 시선에 사명감을 갖고 계신 분들은 떠나시고, 로클럭(재판연구원)을 지망하시는 분들이 채워지면서 분위기가 뒤숭숭해진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흉악범을 변호하는 일 역시 이들에겐 적지 않은 부담이다. B국선변호사는 “‘어휴 저 나쁜놈’ 하고 욕을 하다가도 사건을 받게 되면 이 사람의 입장이 돼야 한다는 것이 힘들다”며 “‘죄를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는 말아야지’라는 생각으로 최대한 노력한다”고 토로했다.

일반 국선변호사와 국선전담변호사의 처우 차이도 이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일반 국선변호사들은 1건당 30만원 안팎의 수임료를 법원에서 받는다. 하지만 최근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수임료가 연체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가 최근 전국 국선변호인 168명을 상대로 변호료 연체와 관련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무려 159명이 “연체된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연체료도 총 4억800만원 상당인 것으로 조사돼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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