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난 한 해 대한민국은 절망을 목격했다. 차가운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어린 학생들을 떠나보내며 무력한 국가의 실체를 정면으로 만났다. 몇 번을 되풀이하면서도 나아지지 않는 후진국형 참사는 우리의 맨얼굴을 들여다보게 했다. 뉴스를 통해 수도 없이 확인한 최악의 연안여객 운송시스템, 무능하고 부실한 관련기관의 재난방재대처, 국가 위기관리체제의 총체적 붕괴를 마주했다. 예기치 못한 참사로부터 그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는 공포와 불안이 사회를 뒤덮었다. 그 후로 일 년이 지났어도 진실은 여전히 바다 아래 잠겨있다.
올 상반기에는 메르스 공포가 엄습했다.
부실한 초동대응으로 국가 방역 시스템은 완전히 무너졌다. 하루가 멀다 하고 확진자 숫자가 늘었고, 사망자 속보가 나왔다. 안일한 대응과 전달체계 등 부실한 의료 시스템의 총체적 문제가 터져나왔다. 재난상황을 관리할 국가 시스템은 이번에도 없었다.
두 번의 재앙을 겪으며 나타난 국민의 절망은 ‘국가가 국민을 지켜줄 생각이 없다’는 확인에 있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 대해 이번엔 드라마가 묻고 답한다. ‘국가란 무엇인가’.
올 하반기 기대작으로 손 꼽히는 SBS ‘육룡이 나르샤’는 혼돈에 휩싸였던 고려 말 새로운 국가 건국을 위해 모인 6명(육룡)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팩션 사극이다. ‘선덕여왕’, ‘뿌리 깊은 나무’를 집필한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4년 만에 선보이는 사극이다.
최근 진행된 간담회에서 김영현 작가는 “모두가 주인공이고 모두가 억울해하는 시대의 이야기”라며 “전체적인 스토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고, 나라를 만드는데 개인은 무슨 의미가 있길래 참여하는 것인가. 각각의 개개인에게 있어 정치는 무엇이고, 권력은 무엇인지를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연 작가 역시 “국가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 조선은 왜 건국되고 고려는 왜 망했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에서 드라마를 시작했다고 했다. “20세기에 탄생한 국가를 제외한 국가 탄생사를 보면 특정한 정치 형태와 이념을 가지고 만들어진 국가는 없다고 본다”며 “조선은 그런(정치형태와 이념을 가지고 있던) 나라였다. 그런 나라의 탄생과정, 또 한 나라가 존재이유를 잃었을 때 구성원으로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부분이 담길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부터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화두로 오르내렸던 국가의 존재이유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역사 안에서 해답을 찾아가는 본격적인 드라마가 ‘육룡이 나르샤’인 셈이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기획 단게부터 끊임없이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많은 대화를 통해 해답을 찾아갔다고 했다.
박상연 작가는 “답은 나라 국(國)자에 있다. 국민을 지켜주는 것이 국가이고, 그것이 존재이유”라며 “고려 말은 국민을 전혀 지켜주지 못한 시기다. 이 같은 이야기가 드라마에서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 김영현 작가 역시 글자에서 해답을 찾으며 “먹을 것을 해결해주는 것 등 국민을 지켜주는 것이 ‘나라 국’이라는 한자 안에 들어있다. 드라마에선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 했고, 5부까지는 등장인물들이 국가 건국에 나서는 과정이 나온다”며 “왜 등장인물들이 나라 건국의 길을 떠나게 됐는지 배경 스토리가 설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있었지만 ‘리더십’에 초점을 뒀던 ‘정도전’과는 또 다른 드라마가 될 것이라는 것이 두 사람의 생각이다.
조선 건국을 위해 모인 이성계(천호진) 정도전(김명민) 이방원(유아인) 등 세 명의 실존인물과 이방지(변요한) 무휼(윤균상) 분이(신세경) 등 세 명의 가상인물이 만나 고려라는 거악에 대항하기 위해 몸을 일으키는 ‘육룡이 나르샤’는 두 사람이 집필한 ‘뿌리깊은 나무’의 이전 이야기다. 박상연 작가는 “‘육룡이 나르샤’는 ‘뿌리깊은 나무’의 프리퀄이자 ‘선덕여왕’의 700년 후 이야기”로 “두 드라마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첫 방송은 오는 10월 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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