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들켜도 “사람 붙였냐” 반격 법정서 짜고 상대 몰아붙이기도 불법도청·스파이앱으로 현장추적 위자료 더 얻으려 첨단기법 동원 불법추적 형사상 불이익 당할수도
“저희는 간통 현장을 덮칠 때 의뢰인에게 동원할 수 있는 일가 친지ㆍ친구까지 모두 데리고 나오시라고 합니다. 바람 피우는 쪽에서 ‘너 나한테 사람 붙였냐’면서 적반하장으로 덤벼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죠.”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서울 A흥신소에서 근무하는 한 임원의 말이다. 지난 2월 26일 헌법재판소가 간통죄에 대한 위헌 판결을 내린 지 6개월여의 시간이 흘렀다. 판결 당시 ‘이제 불륜 공화국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겉으로 드러난 변화는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간통죄라는 죄의식에서 벗어난 불륜 커플들이 더 대담하고 노골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간통 남녀가 짜고 법정에서 배우자를 상대로 오리발을 내밀기도 하고, 피해 배우자는 더 많은 위자료를 얻기 위해 불법 도청을 서슴지 않는 경우도 늘고 있다. ▶관련기사 9면
20일 헤럴드경제가 전국 17개 주요 지방법원(일부 지원 제외)에 의뢰해 간통죄 폐지 이후 지난 16일까지의 재심 건수를 분석한 결과, 총 152건의 재심 청구가 접수돼 이 중 121명이 무죄 선고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심리 중인 나머지 재심들 역시 대부분 무죄 선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
당초 간통죄 폐지 결정으로 실제 구제가 가능한 인원은 3000여명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개정된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2008년 10월 30일 이후 간통 혐의로 기소되거나 형이 확정된 경우에만 구제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3000명 중 불과 150여명이 재심 청구를 한 것은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재심 청구와 달리 새롭게 간통을 저지르는 불륜 남녀와 증거를 잡기 위한 배우자 사이의 ‘숨바꼭질’은 더욱 은밀하고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 흥신소 동원에서 벗어나 통화를 자동으로 녹음하는 스파이앱을 배우자 몰래 설치하거나, 불법 도청장치를 설치해 은밀하게 위치추적을 하는 방식도 생겨나고 있다.
일부 피해자들은 배우자의 뒤를 밟는 일에 미리 알아뒀던 ‘전용 택시기사’를 동원하기도 한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불법행위로 얻은 증거를 통해 이혼소송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지만 형사상으로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액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던 ‘간통 위자료’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가사 전문 변호사들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동안 극히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는 위자료 액수가 간통죄 위헌결정 이전 수준인 통상 3000만~4000만원 선에 지급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각종 부작용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숙 한국여성변호사회장은 “실익은 많지 않고 오히려 분통만 터뜨리는 피해자 분들이 늘어나고 있어 (간통 위헌 결정이) 과연 국민의 정서를 반영한 것인지 아쉬움이 있다”며 “형사 처벌의 근거만 없어진 상황에서 일반 국민의 정서와 법 감정에 맞도록 대체 수단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대근ㆍ강승연ㆍ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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