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분당판교]게임은 인터랙티브가 있는 종합예술이다. 그만큼 게임에서의 서사는 플레이어의 참여와 상호교류를 통해 생성된다. 세 번의 테스트를 진행한 '문명 온라인'은 플레이어의 역할을 한껏 살리려는 노력이 돋보인다.문명 온라인(이하 문명)은 '시드 마이어의 문명 시리즈'의 온라인 버전이다. 엑스엘게임즈에서 개발하고 있으며, 지난 7월 파이널 테스트를 마친 상태이다. 현재 '문명5'까지 나온 PC 패키지 게임은 2K 게임즈 산하의 파이락시스 게임즈가 제작해왔다. '세계 3대 악마의 게임'이라는 악명 아닌 악명을 가질 정도로 강력한 재미를 자랑한다. 특히 이 게임에서 간디의 "순순히 금을 넘기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와 세종대왕의 "가엾고 딱한 자로다"로 대표되는 유행어는 인터넷에서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했다.

기존 PC 패키지 시리즈는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Turn Based Strategy Game)을 장르로 삼았는데, 이는 플레이어와 적이 서로 ‘차례’를 주고받으며 승부를 겨루는 게임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문명은 MMORPG(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 대규모 다중사용자 온라인 역할수행게임)라는 장르를 선택했다. 한 문명의 지도자가 아니라 구성원이 되어 서로 협력해야만 문명의 승리를 얻을 수 있는 구조다.문명은 세 가지 승리 조건을 가지고 있다. 전쟁을 통해 점령지를 차지하는 '점령승리', 문화 불가사의를 먼저 건설하는 '문화 승리', 우주선을 발사하는 '과학 승리'가 그것이다. 또한 턴제 대신 세션제를 도입했다. 1주일 단위로 문명에 기여한 업적을 제외한 모든 내용이 초기화되는 방식이다. 하루가 한 시대이며, 한 세션은 '고대시대-고전시대-중세시대-르네상스-산업시대-현대'로 이루어져 있다. 이에 따라 완결성을 가지게 되고, 매주 새로운 서사가 창출된다. 실제로 지난 테스트 진행과 결과가 공식 홈페이지에 연대기로 작성되어 있다.문명은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게임이다. 그만큼 테스트 당시 시행착오도 적지 않은 듯했다. 시스템 상 문제는 높은 접근성과 편의가 부족한 시스템, 그리고 렉과 버그가 대표적이다. 게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전체적인 틀을 이해하려면 개인적인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가이드 퀘스트와 도움말에 상세한 정보가 없어 인터넷에 검색한 적도 있었다. 지도를 통해 지형의 높낮이를 알 수 없어 불편함을 겪는 사례가 많았다. 등고선이 필요해 보였다. 그 와중에 잦은 버그와 서버 문제로 플레이에 고충을 겪었어야만 했다. 이 외에도 부계정 어뷰징(부당한 방법으로 이득을 얻는 것)이 문제점으로 알려졌다. 문명에서는 한 계정에서 여러 문명의 캐릭터를 생성할 수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부계정으로 스파이 같은 활동을 할 수 있다.이러한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문명이 마음에 들었다. '온라인 게임'이라는 장르의 특징과 가능성을 이토록 인상적으로 보여준 게임은 처음이었다. 공식 홈페이지를 둘러보다 읽은 직업선택 관련 글 때문이라도 이 게임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현재 원본을 다시 찾을 수 없어 기억에 의존하여 작성해 보면 대강 이렇다. "자기 스스로 직업과 해야 할 일을 찾고 해내는 방식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인생의 대부분을 그렇지 않은 방식으로 살아올 수밖에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그러나 이미 테스트 기간 동안 플레이어들이 보인 행적에서(남극마저 탐험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주체가 되어 선택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다. 익숙하지 않았을 뿐이며, 오히려 즐거워했다는 것도 말이다. 현실과는 다른 게임이기에 이러한 행동이 가능했던 게 아니다. 사람은 원래 그런 존재이며, 현실을 닮은 게임에서 그 사실이 드러난 것뿐이다.사람은 패턴화된 시스템을 따르면서도, 자신에게 억압이 되는 건 거부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와 주체성도 갖고 있다. 문명은 그러한 지혜를 깨닫게 해줄 것이며, 동시에 '영혼의 자유'를 고민할 기회를 줄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라면 공포의 진상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 또한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게임은 우리가 수많은 가능성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종합예술이다.중앙대 게임제작동아리 'CIEN' 김선정(철학과)◈‘판교밸리 게임이야기’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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