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문길 통신원] 영화 속 배트맨 복장을 입고 선행을 실천해온 현실 영웅의 돌연한 사망이 미 전역을 슬픔에 빠지게 했다.
15년간 배트맨 복장으로 어린이 환자들을 찾아다니며 용기와 희망을 준 50대 미국 사업가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의 행적을 잘 알고 있는 미국에서는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천사 배트맨’ 레니 B. 로빈슨(51)은 지난 16일 밤(이하 현지시간) 메릴랜드주 헤이거즈타운 인근 노변에서 차에 받혀 숨졌다. 로빈슨은 영화 속 배트맨이 타고 다니는 ‘배트모빌(Batmobile)’로 주문 제작한 자신의 람보르기니 승용차가 운행 중 멈추자 엔진을 살펴보기 위해 차량에서 내렸다가 뒤따라오던 차량에 치였다. 로빈슨은 지난 2012년 메릴랜드 실버 스프링에서 배트모빌을 몰다 경찰에 불심검문 당하는 모습이 유튜브에 올라 세계적 관심을 얻었다. 경찰은 그의 차 번호판에 문제가 있어 정차를 명령했고, 차에서 나오는 그의 모습은 완벽한 배트맨 복장이었던 것. 사연을 알고 경찰은 로빈슨의 기념사진까지 찍고 유튜브에 올려 유명해졌다. 그는 ‘볼티모어 배트맨’이라고 불리며 지미 팔론의 유명 ‘레이트 나잇’ 토크쇼에도 출연했다.
그는 단순한 배트맨 코스플레이어가 아니다. 지난 2001년부터 매달 두세 차례씩 어린이 병동과 학교, 자선단체 등을 찾아 암이나 집단 따돌림을 겪는 어린이들에게 배트맨 모자와 티셔츠, 가방, 책 등을 선물했다. 처음엔 배트맨에 푹 빠진 자신의 아들을 위해 배트맨 복장을 했지만, 어린이들이 배트맨에 열광한다는 것을 알고 2007년 자신이 운영하던 청소업회사를 매각하고 배트맨 활동을 주업으로 삼았다.
2011년엔 6세 소녀 엘리자베스 가드너가 또래 친구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한다는 소식을 듣고, 배트맨 복장으로 친구들을 찾아가 “엘리자베스는 내 친구”라고 선언했다. 이후 동네 꼬마들은 배트맨을 친구로 둔 엘리자베스를 더 이상 놀리지 않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아픈 아동을 돕는 ‘호프 포 핸리’ 재단의 로리 스트롱인과 알렌 골드버그는 로빈슨에 대해 “그는 많은 아이들을 행복하게 했다. 우리가 뭘 하자고 하면 그는 언제나 예스였다”며 그의 사망에 조의를 표했다.
과거 로빈슨을 적발한 몽고메리 카운티 경찰은 성명을 내고 “이 영상이 국내외로 뉴스가 됐을 때도 로빈슨은 그리 주목을 바라지 않았고 낮은 자세로 남아 있기를 원했다”며 그의 사망을 애도했다.
현지 유력지 워싱턴포스트도 그의 사망 소식을 인터넷판 머리기사로 전하면서 깊은 조의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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