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베란다에 설치 층간소음 유발…일부는 공장기계 돌아가는 수준 분쟁 매년 증가 이웃간 갈등 잦아

올여름 최악의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에어컨 실외기가 이웃 갈등의 새로운 복병으로 떠올랐다. 밤늦게까지 계속됐던 살인적인 무더위로 에어컨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주로 아파트 베란다에 설치되는 실외기가 골칫덩이가 되고 있다. 여기서 발생되는 소음, 열기, 물방울이 층간소음 못지않은 이웃간 다툼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정모(35) 씨는 “얼마 전 1층에 새로 집을 사서 들어온 사람이 있는데 1층이라 습해서 그런지 새벽 다섯 시부터 에어컨을 트는데 거의 공장 기계 돌아가는 수준”이라며 “층간소음으로 살인 난다고 하는데 그 심정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에 사는 주부 양모(37) 씨도 최근 윗층 주민으로부터 다짜고짜 욕을 먹는 봉변을 당했다. 양씨의 베란다 에어컨 실외기에서 올라온 열기로 자신의 집이 더워져 못 살겠다는 이유였다. 이처럼 실외기 소음이나 열기로 인한 분쟁신청 건수는 매해 증가 추세에 있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진동·소음으로 인한 분쟁신청은 지난 2013년 152건을 기록한 뒤 작년엔 202건으로 늘었다.

그만큼 아무리 이웃이라도 시끄러운 소리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에어컨 실외기 갈등을 해결을 위해 강제력이 수반된 방안은 법률 소송 외엔 없는 상태이다.

구청 등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민원을 넣을 수 있지만 이 역시 조정 권고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분쟁조정위 관계자는 “실외기의 경우 더운 바람이나 떨어지는 물방울 자체에 유해물질이 섞여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공식적인 분쟁조정 대상이 안 되고 있다”며 “관리사무소에 연락하고 조정이 안될 경우 지자체에 민원을 넣는 식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실외기뿐 아니라 이웃간 갈등 요인이 점차 다변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선진국처럼 갈등을 중재하거나 해소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YMCA 이웃분쟁조정센터의 주건일 팀장은 “싱가포르는 법체계에 따라 주민분쟁센터가 운영되고 있고, 미국은 총 400여개의 네이버후드 저스티스 센터(neighborhood justice center·이웃정의센터)가 있는데 우리나라엔 이런 제도가 없다”며 “우리도 센터를 방문하면 자신의 이야기를 터놓게 됨으로써 어떤 잠재적 두려움이 있는지 듣고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경원·이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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