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대량공급에 짓는 법 잊어 작은주택 통해 집의 가치 되찾고파
“우리가 원하는 것 이상으로 (언론에)묘사가 돼요. 그리고 다양한 내용 중에 일부만 소개가 되죠. 그걸 본 사람들이 관심은 갖지만 ‘숲이 아닌 나무’만 보고 판단하는 셈이예요. 막상 해보겠다고 오시면 ‘생각했던 것과 차이가 있네’ 하시죠.”
AAPA건축사사무소의 문상배(40) 공동대표는 직접 집을 짓고 싶다고 문의를 해오는 분들이 100명이라면, 진짜 시공까지 하는 사람은 1~2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상담을 할 때마다 갖은 유형의 사람들을 만난다. “대략적인 건축비를 들으면 ‘아 건축가가 하니까 비싸나보다’며 돌아가는 분이 있는가 하면, 비용은 따지지 않고 마치 마트에서 물건 고르듯이 하시는 분도 있고 다양해요. 막상 짓기로 결정해놓고도 ‘독특하게 디자인했다가 나중에 집이 안 팔리면 어떡하냐’고 하는 분도 있다”고 했다.
사실 오늘날 한국인들에게 ‘집을 직접 짓는다’는 개념은 낯설게 다가온다. 문 대표는 “경제성장 시기에 정부 주도로 대량의 아파트 공급이 이뤄지면서 개인들은 스스로 집을 짓는 법을 잊었다”며 “최소한 평범한 개인에게는 여전히 집은 ‘사는(Buy) 것’으로 인식된다”고 아쉬워했다.
문 대표는 학교를 졸업하고 들어간 설계사무소에서 10년 넘게 아파트, 고급주택 등을 다뤘다. 이 과정에서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주택 수요자들의 요구는 다양해지고 있는데, 한국에선 집들이 상업적인 공간들 일색이었죠. 다양성을 추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2013년 마음 맞는 동료와 함께 독립한 뒤 법인을 세웠죠.”
그는 ‘작은 공간’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왔다. 2~3년 전부터 한국에서 퍼지고 있는 협소주택을 적극적으로 설계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한국에서 작은 집을 설계한다는 것은 도전의 연속이다. 무엇보다 집을 바라보는 한국적 인식을 극복하는 게 어려운 일이다.
임 대표가 지난 2013년 서울 중랑구 협소주택을 지을 때의 일이다. 수십년씩 된 ‘빨간 벽돌’ 단독주택 사이에 새하얀 외벽의 협소주택을 올리는 작업이었다.
“시공을 시작하려는데 누가 ‘이 집이 동네를 해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냐’고 묻더라고요.” 놀라운 질문이었지만, 이렇게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새로운 무언가가 신선하게 서 있으면 그것만으로 활력소가 될테고, 그걸 보고 사람들이 뭔가 다른 생각을 갖게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요.” 인식은 결국 바꿀 수 있다는 게 임 대표의 믿음이다.
그는 “디자인의 힘을 믿어요. 디자인으로 현실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의 인식을 한단계 더 끌고 갈 수 있다고 봐요. 아파트와 빌라를 비난하진 않아요. 다만 주택의 유형이 거기에만 그쳐선 안된다는 생각입니다”라고 했다.
임 대표는 최근 TV에 셰프들이 등장해 종횡무진 활약하는 것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최근 셰프들의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는 것처럼, 협소주택 같이 지금은 사람들이 생소하게 여기는 집들의 가치가 인정받는 분위기가 정착할 겁니다. 단순히 더 비싸게 되팔 궁리를 하는 수준은 벗어나야죠.”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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