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베일에 가려져 있는 일본의 L투자회사를 사실상 장악한 것으로 알려져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홀딩스 부회장의 ‘마지막 반격의 카드’마저 상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신격호 총괄회장은 L투자회사 12개사 중 9개사의 대표이사로 등재돼 회사를 장악하고 있었으나 이번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일본에 머무르고 있던 신 회장이 상황을 역전시킨 것으로 보인다.

6일 일본 법무성이 발급한 L투자회사의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신 회장은 6월30일 L투자회사 10곳(1ㆍ2ㆍ4ㆍ5ㆍ7ㆍ8ㆍ9ㆍ10ㆍ11ㆍ12)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7월31일자로 대표이사로 등기됐다.

L투자회사는 사실상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투자자다.

롯데그룹과 재계에 따르면 L투자회사는 한국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72.65%를 보유하고 있어 이를 지배하면 사실상 한국 롯데그룹 전체를 장악할 수 있다. 또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 지분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주요주주다.

신 회장이 L투자회사의 대표이사가 됐다는 것은 사실상 한국 롯데그룹의 오너가 된 것을 의미한다.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대표로서는 ‘반격의 카드’마저 차단 당한 셈이다.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장악한 데 이어 아버지의 L투자회사도 점령함에 따라 사실상 이번 경영권 다툼이 신 회장 쪽으로 기울고 있다.

경영진들과 직원들 마저 신동빈 회장편에 서면서 신 회장의 세력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일본에서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가 한국언론과의 간담회에서 공개적으로 지지 선언을 했다. 한국에서도 그룹 계열사 사장단이 공개 지지한데 이어 지난 5일에는 노동조합 협의체 인사들도 신 회장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한국과 일본에서 세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변수는 있다. L투자회사 등기부상 신 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승인을 받아 6월 30일 대표로 취임했다. 그 이후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신 총괄회장이 이를 취소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 측에서 이를 문제 삼을 경우 법적인 다툼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작업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 회장이 7월 15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취임한 후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말했다. 다만, L투자회사의 지분 구조는 아직 베일 속에 쌓여 있어 이번 대표이사 등재 과정에서 지분 변동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최근 신 회장측의 “경영권 분리는 없다”고 승리를 잠담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 의한 자신감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 정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일본도 한국과 같이 주로 이사회에서 과반수 찬성으로 선임한다”며 “법적으로 하자가 없이 대표이사로 선임됐는지는 앞으로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영권문제와는 별도로 신동빈 회장에게 새로운 암초가 생겼다. 싸늘한 국민 여론속에 당정과 금융당국으로부터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당정은 이번 계기로 롯데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보기로 했고 기존 순환출자 금지도 논의키로 했다. 금감원은 4개 롯데계열사에 일본 롯데홀딩스 등 정보제출을 요구했다. 일련의 사태로 인해 나빠질대로 나빠진 롯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신동빈 회장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롯데에 정통한 관계자는 “사실상 (신 회장)이 하루 아침에 내놓을 카드가 없어 보인다”며 “중장기적으로 이미지 제고를 위해 외부 컨설팅을 받는 등 대책과 전략을 수립해 신뢰회복에 나서는 게 당면과제가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