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3년차 필리프 국왕은 여전히 네덜란드어권과 프랑스어권으로 나뉘어 완전한 하나가 되지 못하고 있는 벨기에 통합의 구심점이다. 여러 열강들의 지배를 거치며 단일 국가로서 역사가 짧은 벨기에는 왕실이 국가의 기틀을 다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왕자의 공금 유용, 전 국왕의 연봉 문제, 혼외자 문제 등으로 구설에 오르며 따가운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문무 겸비한 현 국왕=지난 2013년 즉위한 7대 필리프 국왕은 1830년 완전한 독립국이 된 이후 처음으로 전 국왕의 양위를 통해 왕관을 썼다. 그리고 전 국왕 알베르 2세가 양위를 할 만큼 준비도 잘 됐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를 오가며 중등학교를 마친 국왕은 수도 브뤼셀에 위치한 왕립 육군 사관학교에서 수학했다. 졸업 후 전투기 조종사 자격도 얻었고 공수부대와 특수부대도 거쳤다. 2010년부터 육군 중장과 해군 중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교의 트리니티 칼리지를 거쳐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따기도 했다. 무역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벨기에 경제 발전에도 기여했다. ▶독립 지켜낸 왕가=벨기에는 1830년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하면서 왕국이 정립된다. 초대 국왕은 영국과 불가리아, 포르투갈에서 왕을 배출한 독일 작센코부르크고타 가문 출신의 레오폴드 1세다. 그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과 결혼한 앨버트 공의 삼촌이었다. 그리스 국왕 자리도 제의 받았지만 거절하고 벨기에를 선택했다. 1831년 즉위 직후 레오폴드 1세는 다시 벨기에를 넘보던 네덜란드군을 프랑스군과 힘을 모아 물리쳤다. 프랑스 2월 혁명을 중심으로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가던 시민혁명의 바람도 벨기에 만큼은 피해갔다. 레오폴드 1세는 산업 발전과 경제 개혁에서의 업적도 평가받고 있다. ▶피해 갈 수 없는 스캔들=현재 벨기에 왕가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는 높지 않다. 왕실 유지를 위한 재정 부담은 큰데 네덜란드어권과 프랑스어권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내지 못해서다. 게다가 왕실 인사들의 잇따른 스캔들도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벨기에 왕실은 2013년 사상 처음으로 세금 납부를 수용한다. 벨기에 의회는 이와 함께 왕가 인사들의 급여도 삭감했다. 그런데 양위를 한 전 국왕 알베르 2세는 연봉 77만파운드(약 13억원)가 적다며 추가적인 재정 지원을 요청해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물론 의회는 그의 요구를 단호히 거절했다. 알베르2세는 혼외 딸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47세의 델피네 뵐은 1990년대부터 자신이 알베르2세의 딸이라고 주장하며 친자 확인을 요구했다. 필리프 국왕의 동생 로랑 왕자도 잡음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220만유로(약 29억원)의 공금 유용 사건에 연루돼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그는 이탈리아에 100만유로(약 18억원)에 달하는 호화 빌라를 구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최근 로랑 왕자는 한 방송에서 가족들이 자신을 전혀 지지해 주지 않았다며 자신의 삼촌과 아버지, 형이 차례로 자신에게 등을 돌렸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수민 기자/smstor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