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복면 뒤에서 세상의 모든 목소리는 평등했다. MBC ‘일밤-복면가왕’이 보여주는 편견은 각양각색이다. 과소평가됐던 아이돌 가수들이 의외의 실력으로 재평가됐고, 고정된 이미지를 안고 있던 가수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시간이 됐다. 누구나 인정하는 실력파들에게 주어진 무게는 스스로를 향한 질문이었다.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가린 자리에서도 ‘나’는 ‘나’로서 평가받을 수 있을까.
지난 9일 방송된 MBC ‘일밤-복면가왕’에선 실력파들이 줄줄이 탈락했다. 허공, 이영현, 알렉스에 시나위 김바다였다.
저마다 각기 다른 편견에 맞섰고, 다른 이유로 무대에 섰다. 눈길을 끈 탈락자는 각자의 분야에서 대가의 반열에 올랐고, 실력파로 인정받은 시나위 김바다와 이영현이었다. 이날의 마지막 무대를 꾸민 시나위 김바다의 등장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김바다는 ‘커트의 신 가위손’이라는 이름으로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 오비이락’과 무대를 꾸몄다. 건모의 ‘서울의 달’을 선곡한 두사람은 개성 강한 음색으로 노래를 마쳤고, 이들의 희비는 완전히 엇갈렸다. 72명의 선택을 받은 승자는 오비이락으로 결정, 가위손은 지드래곤의 ‘삐딱하게’를 부르며 복면을 벗었다.
앞서 듀엣곡 이후 가위손의 무대에 작곡가 김형석은 “톤 자체는 잘 어울리는데 블루스가 사실 스윙비트를 타줘야 하는데, 그 부분에 있었서는 아마추어 느낌이 많이 났다“며 ”노래를 좋아하는 운동선수나 모델인 것 같다”고 추리했으며, 가수 김창렬은 노래 중반 개그맨 추대엽으로 추정했다. 김바다의 음색을 알아본 사람은 뮤지션 김현철뿐이었다. 그는“록을 하시는 분이 틀림없고, 록그룹 일원이다. 그런데 방송에 절대 나오지 않는 분인데 저 분이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시나위의 김바다”라고 추리했다.
가위손의 정체는 김현철의 추리대로 김바다였다. 김바다는 “내 얼굴을 보여드리고 노래를 부르면 록이라는 선입견이 있어 얼굴을 가리고 싶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했다. 재미있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김형석의 이야기에도 “블루스에 한해서는 아마추어가 맞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영현은 이날 ‘노래하는 트리케라톱스’라는 이름으로 커다란 공룡 탈을 쓰고 무대에 등장했다. ‘네가 가라 하와이’와 함께 높은음자리의 ‘저 바다에 누워’를 열창한 이들의 무대는 완벽한 호흡으로 판정단의 혼을 빼놨다. 불과 7표 차이로 복면을 벗은 ‘트리케라톱스’의 정체가 빅마마 이영현으로 밝혀지자, 연예인 판정단에선 “왜 떨어졌냐”고 말할 정도였다. 이영현은 “쉬면서 트레이닝을 통해 발성을 바꿨고, 편견 없이 평가받고 싶었다. 이 함성들이 저에겐 채찍과 당근 같은 역할이다. 제가 더 열심히 해서 다시 한 번 나오겠다”고 말했다.
‘복면가왕’의 무대는 두 사람 중 한 명을 결정하는 ‘선택의 무대’이기에, 출연자들의 당락이 반드시 이들의 실력을 말해주는 것만은 아니다. 때론 이것은 취향의 문제다. 도리어 연륜있는 가수들의 경우 젊은층이 포진한 객석의 선택을 받기엔 투박하고 기교없는 창법이 다소 생경할 수도 있다. 다만 복면을 가리고 선보였던 무대에 대한 작곡가, 동료 뮤지션들의 평가, 관객들의 선택은 이들에게 여러 생각을 안겨줄 지도 모르겠다.
탈락자를 향한 함성은 복면을 벗은 뒤 열광적이 된다. 이날 역시 여러 무대가 그러했던 것처럼 탈락자들이 복면을 벗을 때 그들을 향해 경탄과 환호가 나왔다. 실력파들의 스스로를 향한 질문이 괜히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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