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종로시대’…대성ㆍ정일ㆍ종로 3강체제 1980년대 ‘노량진시대’…수능 시작되며 정일 몰락 2000년대 ‘강남시대’…메가스터디ㆍ청솔 등 약진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1945년 광복 이후 대학 입시가 시작된 이래 재수생은 입시 첫 해를 제외하고는 한 해도 끊긴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는 대학의 서열, 즉 상위권 대학이 원인이었다. 보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수험생은 재수 외에느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 이전부터 재수생을 위한 학원은 존재해 왔지만, 과목별로 가르치는 단과반이나 고등학교 재학생을 위한 강좌를 병행했던 곳이 대부분이었다. 학원가에서는 대성학원과 종로학원이 나란히 설립된 1965년을 국내 재수 전문 학원의 사실상 원년으로 보고 있다.

▶1970년대 ‘종로 시대’ 도래…대성ㆍ정일ㆍ종로 ‘3강 체제’ 시작= 두 학원은 담임을 두는 등 학교 형식의 ‘재수 종합반’을 도입, 학습은 물론 재수생의 생활까지 지도하며 50년 가까이 국내 재수 학원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잡아 왔다. 두 학원이 처음 둥지를 튼 곳은 각각 서울 종로구 도렴동(옛 광화문대성학원 자리)과 인사동이었다.

고교 평준화 제도 제도 시행 전이었던 당시 서울 시내에는 지금의 광화문역을 중심으로 경기고, 경기여고, 배재고, 서울고, 숙명여고 등 명문 고교들이 여럿 자리잡고 있었다.

인근 종로에는 대성학원, 종로학원 외에 정일학원(관철동)이 ‘3대 천왕’을 형성하며 재수생을 불러 모았고, 경복학원, 금자탑학원, 신성학원, 양영학원, YMCA학원, 제일학원 등이 가세했다. 대학생ㆍ일반인 상대 외국어학원까지 세워지며 종로는 말 그대로 ‘학원 1번지’가 됐다.

일대에는 나이트클럽, 음악감상실, 분식집, 빵집 등이 우후죽순으로 넘쳐났다. 동화면세점이 위치한 지금의 광화문빌딩 자리에는 국제극장이라는 영화관도 있었다. ‘일탈’에 빠지기 쉬운 환경이 도처에 널렸던 까닭에 당시 재수생의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연애였다. 그래도 공부 대신 사랑을 택한 재수생 커플들은 속속 종로 일대 ‘데이트족’에 가세하기도 했다.

▶1980~1990년대 ‘노량진 시대’…수능 이후 대성ㆍ종로 ‘양강’ 으로= 학원가의 ‘종로 시대’는 곧 종지부를 찍는다. 1970년대 후반 정부가 도심지 인구 밀집을 막겠다며 명문 중ㆍ고교는 물론 입시학원까지 사대문 밖으로 이전하도록 명령했기 때문이었다. 이때 정일학원과 종로학원은 각각 바로 사대문 밖인 용산동과 중림동으로 이전한 반면 대성학원은 멀리 노량진동(노량진수산시장 맞은편ㆍ현 노량진대성학원 자리)으로 옮겨 ‘학원가의 노량진 시대’를 여는 주역이 됐다.

1980년대 노량진은 또 다른 학원가로 우뚝 섰다. 노량진역을 중심으로 교통망이 잘 짜여진 데다, 한강대교를 통해 서울 남부 지역과 도심을 잇는 지리적 이점이 작용했다. 재수 학원 중에는 대성학원 외에도 대양학원, 삼성학원, 상아탑학원, 성지학원 등이 시내에서 둥지를 옮겼다.

단과를 통해 재수를 하겠다는 재수생이 생기면서 이 지역 단과 학원도 호황을 누렸다. 종로구 경운동에서 옮겨 온 정진학원과 ‘한샘국어’로 인기를 얻어 후일 국회의원까지 된 서한샘 씨가 세운 한샘학원이 대표적이었다. 재수 학원 외에 기술, 음악, 컴퓨터 등 각종 학원이 몰려 노량진은 학원가를 형성했다.

현재 노량진은 과거에 비해 재수 학원은 다소 쇠퇴했지만, 임용고시, 공무원 시험 학원들이 자리를 잡으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족’들의 메카가 됐다.

단과 학원 유행 등 새로운 흐름 속에서도 1970년대 정립된 ‘대성ㆍ정일ㆍ종로’의 ‘재수 학원 3강 체제’는 1990년대 초반까지 굳건했다. 1993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작되면서 이 체제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대학입학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 새로 바뀐 대학입시 체제에 적응한 대성학원과 종로학원은 양강 체제로 우뚝 선 반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정일학원은 ‘3강’에서 사실상 탈락하고 말았다.

▶2000년대부터 ‘강남 시대’…메가스터디ㆍ청솔 등 ‘신흥 강호’ 약진= 서울 지역에는 대치동(강남구), 목동(양천구), 중계동(노원구) 등에 중산층이 몰리면서 이른바 ‘학원가 1번지’가 형성됐다. 이 중 각광을 받은 곳은 대치동이 있는 강남ㆍ서초구 일대였다.

이 지역은 중ㆍ대형 아파트가 몰려 있어 중산층과 전문직 학부모가 많이 살고 있고 이른바 명문 고교로 불리는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높은 학교들이 집중 분포돼 사교육 수요가 늘어났다. 이들 학생 중 상당수가 재수를 선택하게 되면서 ‘강남’에도 재수 학원들이 들어서게 됐다.

이들 학원은 유명 강사진, 학생 관리, 시설로 재수생을 공략했다. 강남이라는 분위기, 입소문도 학원가의 ‘강남 시대’를 여는 데 한몫했다.

강남 진출에 성공한 곳은 대성학원. 1996년 서초동에 강남대성학원을 설립하고, 시간 때문에 도심이나 노량진으로 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강남 재수생’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그 결과 대성학원은 최근 수년간 전국 수석을 잇달아 배출하며 종로학원을 앞서기 시작했다. 학원가 자체 추산에 따르면 대성학원은 고려대ㆍ서울대ㆍ연세대 등 이른바 ‘SKY 대학‘ 합격생 수에서 종로학원을 넘어 1위로 도약했다.

종로학원도 1995년 삼성동에 강남종로학원을 세웠다. 현재 대치동으로 옮긴 강남종로학원은 문ㆍ이과로 분리 운영되고 있지만, 명문으로알려진 중림동 본원과 똑같은 커리큘럼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강점으로 내세워 재수생들의 마음을 잡았다. 강남종로학원은 본원과 더불어 명문 대학 합격생을 다수 배출하고 있다.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한 메가스터디학원과 청솔학원의 약진도 눈에 띈다. 메가스터디는 대입 인터넷 강의 사이트 1위의 명성을 기반으로 2003년부터 오프라인 학원 직영사업에 진출했다. 강남ㆍ서초메가스터디학원을 각각 인문계(문과)와 자연계로 분리했고, 모든 학원에 메가스터디 유명 강사진을 활용한 단과반을 운영하며 재수생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1993년 역삼동에 강남청솔학원으로 시작한 청솔학원 역시 강남, 분당 지역을 중심으로 재수 학원의 강자로 자리잡았다. 특히 청솔학원은 창립 이래 20여년간 모든 산하 학원을 직영으로 운영하며 재수생에게 신뢰를 쌓고 있다.

교과서ㆍ참고서 강자 비상교육과 유ㆍ초등학생 대상 전문 교육으로 역량을 쌓은 하늘교육도 서초동에 각각 강남비상에듀학원과 강남중앙학원을 운영하며 지역에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때문에 학원가에서는 강남 지역 재수 학원에 ‘SKY 대학’ 입학이 가능한 이른바 ‘A급 재수생’이 몰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A급 재수생’ 비율의 경우 강남 지역은 강남대성학원이 원생의 80~90%로 가장 높고, ▷강남종로학원 60~70% ▷강남ㆍ서초메가스터디학원 20~30% ▷강남청솔ㆍ강남중앙학원 10~20% 가량으로 보고 있다.

비(非) 강남 지역은 ▷종로학원 본원 40~50% ▷노량진ㆍ송파대성학원 20~30%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