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지난 5월 5일 오후 7시32분께 조모(33)씨는 서울 종로구에 살고 있는 친구 임모(33)씨의 집에 침입해 옷장 안에 보관 중이던 현금 약 6500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조씨는 5년 전 마카오 카지노에서 8000만원이 넘는 돈을 땄다가 잃은 경험이 있었다.

조씨는 원정 도박에 중독돼 친구 돈마저 훔쳤고 이 돈을 다시 마카오 원정 도박에 모두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달 초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가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낸 임씨의 집에 많은 현금이 있다는 점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충남에서는 귀금속을 훔친 A(26ㆍ여)씨가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월 30일 오후 5시께 당진시의 친구 B(25ㆍ여)씨 집에서 B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안방에서 팔찌 등 36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친구 집에 5년 만에 놀러 왔다가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월 경기 연천에서는 친척에게 흉기를 휘두른 하모(37)씨가 살인미수로 경찰에 붙잡혔다. 하씨는 집에서 함께 살던 이모(56)와 전세금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던 중 홧김에 이모와 사촌동생(21)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를 받았다. 하씨는 경찰 조사에서 “나가서 혼자 살기 위해 이모에게 맡겨둔 전세금을 돌려달라고 했는데 돌려주지 않아 흉기를 휘둘렀다”고 진술했다.

세상살이가 각박해지면서 친구, 친척도 못 믿겠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범죄 피해자와 친구이거나 친척 관계였던 범죄자는 2011년 3만4524명, 2012년 4만652명, 2013년 3만9703명 등으로 매년 3만명을 넘고 있다.

가장 신뢰가 두터울 것이라고 믿었던 친구, 가족 사이에서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관계보다 범죄 자체가 많다고 볼 순 없으나 감정이 뒤엉켜 잔인한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박상진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사기 같은 지능범죄의 경우 어느 정도의 신뢰가 밑바탕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가까운 관계를 범행 대상을 삼는 경우가 많다”며 “평소 상대방 재산 정도를 잘 알고 있다는 점도 지능범죄 가능성 높은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