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가 끝난 지 올해로 70년이 됐지만 우리가 쓰는 단어와 표현엔 아직도 일제가 남기고 간 흔적들이 많다.

‘막무가내’라는 의미로 쓰이는 ‘무대포’는 일본어 ‘무데뽀’에서 온 말이다. ‘무대포’는 외래어 표기법에 어긋나지만 신문 기사에도 등장할 정도로 익숙하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무수한 별’이란 뜻으로 신분이 높거나 권력 등을 가진 사람이 모인 것을 비유하는 기라성(綺羅星)은 한자어로 알기 쉽다. 그러나 ‘기라’는 ‘반짝이다’라는 의미의 일본어 ‘기라’를 한자로 취음한 것이다.

‘도토리 키재기’ 같은 표현 역시 일본어의 관용어를 한글로 고쳐 그대로 빌려 쓴 사례다. 7급과 8급 공무원의 직급 명칭인 주사보와 서기도 일본식 계급 명칭의 잔재다. 이들은 대외적으로는 주무관이란 호칭을 많이 사용하지만 여전히 공식 직급 명칭은 주사보와 서기다.

산업 현장에서 관용적으로 쓰이는 말에도 일본어 잔재가 많다. ‘노가다’(현장근로자), ‘시마이’(마감), ‘기스’(흠) 같은 말들은 일반인도 자주 쓸 정도로 널리 확산했다. 일제 잔재는 교육제도에서도 발견된다. 대표 사례가 유치원이다. 유치원(幼稚園)이라는 용어는 일본학자들이 독일어 킨더가르텐(Kindergartedn)을 번역한 것이다.

‘유치’라는 단어에는 ‘나이가 어리다’라는 의미와 함께 ‘수준이 낮거나 미숙하다’는 뜻도 있는 만큼 교육기관의 명칭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2010년 학교장이 하는 ‘훈화’(訓話)도 교육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일본식 조어 중 하나로 꼽았다. 학교에서 구령에 맞춰 단체로 인사하는 문화나 아침 단체 조회 역시 일제 문화의 영향이 남은 사례다.

서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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