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지난 25일 평소 혈압이 좀 높아 정기적인 검진을 받으러 강북삼성병원을 방문한 기자는 삼엄한 병원입구 분위기에 적잖이 놀랐다. 병원입구 근처 응급의료센터 옆 간이진료소에는 ‘우리 병원에는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증상이 있으신 분은 선별검사를 실시하니 이곳으로 오시기 바랍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재난영화에서 흔히보는 방역장비로 중무장을 한 의료진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본관 입구로 가자 마스크를 쓴 의료진과 직원들이 방문객들에게 우선 체온부터 쟀다. 정상임을 확인하자 방문객 카드에 방금 잰 체온을 기록하고 ‘중동방문 이력’과 메르스가 발생한 병원 등을 방문한 적이 있는지, 기침이나 다른 의심 증세는 있는지를 꼼꼼히 체크했다. 방문목적과 전화번호 등을 추가로 적고 난후, 자필 사인까지 받고 나서야 통제요원은 손소독제를 뿌려주고 마스크를 건넸다.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걸린시간은 약 5분정도였다.
병원 안은 평상시와 달리 무슨 전시병동 같이 어수선하고 썰렁한 모습같아 생소했다. 병원 1층 수납창구도 한산하고 마스트를 쓴 의료진이 분주하게 오가고 병원을 방문한 내원객들의 얼굴에도 긴장감과 불안감이 교차하는 경직된 모습이 확연했다. 시민들의 메르스 공포가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원무과 관계자는 “외래 환자는 평소보다 절반 이상 줄었고, 입원환자 역시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진정세와 확산세를 오가는 행보를 보이면서 일선에서 메르스 환자들을 치료하며 사투를 벌인 병원들과 이와는 관련이 없는 병원들도 규모를 가릴 것 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병원들의 경우 사실상 구멍난 국가 방역체계를 병원들이 메우면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환자수 격감 등 경영악화로 도산이 우려되거나 직원들의 월급을 깎는 등 후폭풍을 맞고 있는 것이다. 또다른 메르스 유행의 근원지로 부분폐쇄에 들어간 건국대학교병원은 의사들의 이달 월급을 20% 삭감하고, 다음 달엔 간호사와 일반 직원의 월급 삭감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한달 넘게 지속되는 메르스의 여파로 서울지역 대형병원의 진료비 매출은 하루 5억~7억원씩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국대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 여의도성모병원처럼 메르스로 인해 병원이 부분폐쇄 되거나 근거없는 SNS 전파등으로 피해를 입은 대형병원들의 매출감소 및 수익하락은 앞으로 얼마가 될지 가늠하기조차 힘든 지경이다.
개원가도 메르스 여파로 환자들의 발길이 끊기긴 마찬가지다. 당장 직원 월급과 임대료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방역당국의 관리망에서 빠져 나온 환자들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나오며 산발적으로 추가 발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메르스 환자를 진료하고 폐업한 의료기관 80곳 중 49곳이 의원급 의료기관이다. 한 의원급 병원 원장은 “메르스 관련 병원 뿐 아니라 이와 관련없는 다른 병원들도 휴진하는 곳이 늘고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폐업도 고려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kt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