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동감시자ㆍ자가격리자 7500명 발표에 거리 한산 -보건소 직원들 한달째 새벽 1~2시까지 근무 파김치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사람들이 시장에 나오질 않아요. 봐요. 장사가 되는지….”
지난 24일 오후 7시. 서울 고덕전통시장(상일동)에서 반찬가게를 하는 아주머니는 화가 잔뜩 나 있었다. 가게 앞 좌판에 가지런히 놓인 반찬과 가게 안 선반에 놓인 자그마한 TV를 번갈아 가리키며 불만을 쏟아냈다. “어제부터 방송(뉴스)에서 계속 우리 동네를 얘기하는데 왜 그러는거야. 왜 (병원ㆍ약국)이름을 다 밝혀서 산 사람도 못 살게 구느냐구요.”
능동감시ㆍ자가격리 대상자만 7500여명.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폭탄’을 맞은 서울 상일동은 하루 아침에 활력을 잃었다.
상일동은 고덕주공아파트 2~7단지가 밀집된 주거지역으로 훼손되지 않은 자연환경과 어울려 밤낮으로 산책하러 나오는 주민들이 많다. 하지만 지난 23일 메르스 173번 확진환자의 생활권이 상일동으로 밝혀지면서 동네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 2번출구과 맞닿아 있는 고덕전통시장은 주민들의 발길이 뚝 끊혔다. 173번 환자가 들린 ‘본 이비인후과’ 건물이 시장 입구에 있어서일까. 평소 같으면 퇴근시간 상일동역에서 나와 시장에 들러 저녁거리를 사가는 직장인이 많지만 이날은 시장을 통로 삼아 지나는 학생들과 가벼운 옷차림의 전업주부들만 모습을 비췄다.
호황은 시장 안에 있는 수퍼마켓이 누렸다. 시장에 직접 나와 장을 보는 대신 수퍼마켓에 전화해 필요한 물건을 배달시켰다. 3~4명의 수퍼마켓 남자 직원들은 배달할 물건을 분류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173번 환자가 들른 ‘목차수내과의원’(건물 2층)은 고덕주공 6단지 정문 앞에 있었다. 같은 건물 1층에는 ‘종로광명약국’(휴업)이, 3층에는 독서실이 있었다. 문을 연 곳은 3층 독서실 뿐이었다. 목차수내과 출입문에는 ‘메르스 사전 예방차 6월23~26일까지 휴진합니다’라는 안내문구가 붙어있었다. 이 건물을 지나가는 한 주민은 “173번 환자가 A아파트에 산다, B아파트에 산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면서 “동네가 흉흉해졌다”고 말했다.
고덕주공 6단지와 가까운 삼성엔지니어링은 메르스 확산을 우려해 예방 조치를 시행했다. 건물 입구에 열감지카메라를 설치하고 각 층에는 손소독제와 체온계를 비치했다. 173번 환자가 다녀간 병원 목록을 직원들에게 배포하고 같은 시기에 방문했는지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직원이라고 소개한 C씨는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면서 “다들 불안해 하지만 회사는 다녀야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강동구청은 비상이 걸렸다. 순식간에 수천명으로 늘어난 능동감시ㆍ자가격리 대상자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전체 1200여명의 공무원 중 750여명이 동원됐다. 강동구 모니터링 대상자은 자가격리 1266명, 능동감시 4141명(전날 기준)이다.
강동구보건소 지하 다목적실에는 상담과 모니터링을 위해 인터넷전화 24대를 증설했다. 기존에 운영해온 진료실, 영유아업무, 예방접종실, 한방진료실, 대사증후군센터 등은 잠정 중단했다.
보건소 1층 주차장 한켠에는 선별진료실과 객담검사실이 마련됐다. 선별진료실을 찾은 주민은 전날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선별진료실에서 상담을 받고 나온 D씨는 “강동성심병원(폐쇄)을 방문한 사람을 만나 걱정돼서 보건소를 찾았다”면서 “내일(25일) 아들이 수천명이 모이는 ROTC 훈련을 받으러 가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보건소를 격려 방문한 신용목 강동구 부구청장은 “보건소 특성상 여직원이 많은데 한달째 새벽 1~2시까지 일하고 있다”면서 “체력에 한계를 느끼는 직원도 있고 가정도 돌봐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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