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호연기자]시중은행들이 임금피크제 실시에 맞춰 인력 구조조정에 몰두하고 있지만 무리한 비용절감은 은행의 경쟁력을 갉아먹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우리 나라의 은행 직원 1인 당 경제활동인구는 미국의 두배에 달했다. 국민은행이 지난달 5년만에 1121명의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은 은행권의 대규모 인력조정의 분수령이었다. 지난해부터 올 봄까지 씨티은행 650명, 농협은행 270명, 신한은행 310명, SC은행의 200여명이 이미 은행을 떠났다.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1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63%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송치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은행의 비용절감이 반드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특히 국내 시중은행은 양적 구조조정에만 몰두하기에는 고객과의 거리가 멀다. 미국의 은행 직원 1인 당 경제활동 인구가 275명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487명이다. 베이비부머 세대 직원을 내보내더라도 그 자리를 신규 채용으로 채우고 지점 축소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몰락은 은행의 비교우위를 살리는 장기전략이 없는 구조조정은 오히려 수익을 해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부실 모기지 처리 등 이자외 비용이 2009년 667억 달러에서 831억달러로 급증한 BOA는 2011년 9월부터 2014년까지 2단계에 걸친 대규모 비용 절감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4년에 걸쳐 5700여개 지점 중 850여개가 문을 닫았고 6만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금융위기로 인력을 감축한 미국 내 은행중 최대 폭의 인력 구조조정이었다. 그 대신 BOA는 21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

비용을 줄였으니 수익률이 높아져야 하는데 현실은 달랐다. 2014년 순수익은 2011년대비 260억이나 축소됐다. 수익대비 비용을 나타내는 총영업이익경비율(C/I Ratio)은 74.6%에서 88.3%로 치솟았다. ROA 역시 0.31%에서 0.53%까지 개선되더니 2014년에는 0.23%까지 추락했다.

송 수석연구위원은 무리한 인력구조조정과 비용절감이 BOA의 영업경쟁력을 해쳤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고객과의 접점 채널이 중요한 예금 부문 시장점유율이 2009년 9.6%에서 7.4%로 크게 하락했다. 반면 고객 밀착 영업과 리스크 관리를 중시한 웰스 파고는 지점은 소폭 축소하는 대신 영업일선에 배치하는 인력은 오히려 늘리고 교차 판매를 활성화한 결과 2009년 123억 달러였던 순이익을 2014년 231억 달러로 크게 늘렸다. 송 연구위원은 “BOA의의 사례는 금융선진국인 미국에서도 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채널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상업은행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은 대면채널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기존 영업권에서 생긴 유휴 인력을 수도권 등 새로 넓힌 영업권으로 투입한 JB금융지주의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수익률 제고에 성공한 것은 모범사례다. 2010년 전북지역에서 16개 점포를 감축한 전북은행은 감축 인원 101명중 76명을 새로 개설한 수도권 등 26개 지점으로 발령을 냈다. 광주은행 역시 광주ㆍ전남 지역의 13개 점포를 줄이고 감축인원 35명을 수도권 신설점포로 올려보냈다. 인력구조의 질적 효율성 강화에 힘입어 JB금융지주는 올 1분기 21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4%나 늘어난 수치다. 금융권의 한 인사는 “이미 전국 영업망을 갖춘 시중은행은 인력의 지역 재배치 전략을 차용하긴 어렵겠지만 새로운 사업 분야를 개척하고 기존 인력을 재교육을 통해 재배치 함으로써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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