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3분위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세 4분위 가구는 집중적으로 주택 구입 부채 부담 8%, 못갚거나 연체 우려 저소득층 5%보다 상환전망 더 어두워
소비 줄여 경기침체 심화 악순환 우려 전문가 “금융 건전성 정책 추진을”
한국사회 ‘허리’ 중산층이 위협받고 있다. 월급 이외에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확충되지 않은 사회 구조상 가계부채에 발목이 잡힌 중산층이 언제든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깡통전세’를 전전하던 이들이 ‘내 집 장만’ 대열에 대거 합류하면서 빚은 또 다른 빚을 불러오는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다. 금리인하로 이자부담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가계부채가 늘면서 오히려 이자에 대한 부담감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 가계부채가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저소득층에 한정된 문제만은 아니라는 애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대출은 3월 말 현재 1040조4000억원으로 올 1분기 중에만 12조8000억원이 늘었다. 이 중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375조3000억원으로 9조7000억원 증가했다. 여기저기서 가계부채가 부채 상환능력이 취약한 저소득층에 타격을 입혀 우리 경제의 폭탄이 될 것이란 경고가 쏟아져 나왔다. 햇살론 등 서민금융 지원 확대와 개인 회생 및 개인 워크아웃 제도 등 부채 조정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하지만 본지가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와 통계청ㆍ한국은행ㆍ금융감독원의 ‘2014년 가계 금융ㆍ복지조사’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소득 3ㆍ4분위, 즉 중산층의 가계부채 부담감이 상대적으로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의 평균금리가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말 7.27%에서 지난해 말 3.34%까지 떨어진 데 이어 금융통화위원회가 최근 6개월 간 기준 금리를 3차례 인하하면서 주담대 금리도 3% 초반까지 내려앉았다. 그 결과 가구 당 월평균 이자 비용의 비율은 2012년 말을 기점으로 내리막길로 돌아섰다.
그러나 중산층을 중심으로 각 가정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 거란 예측은 빗겨갔다. 지난해 소득 3ㆍ4분위의 부채액은 각각 6.6%, 4.2% 늘어나 1분위 가구의 증가율 2.8%를 크게 앞질렀다. 이들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18~19%로 모든 가구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통상 저소득층일수록 소득 대비 많은 빚을 지게 된다는 통념을 깬 것이다.
중산층을 빚의 구렁텅이로 이끈 것은 역시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소득 3분위 가구는 2012~2014년 간 주택담보대출 잔액을 꾸준히 늘렸고 4분위 가구는 2012~2013년 동안 집중적으로 돈을 빌려 주택을 구입했다. 최근 전세가율이 80%도 넘어 90%대에 육박하면서 자칫 전세금도 돌려받기 힘든 ‘깡통전세’를 들어가느니 무리해 빚을 내더라도 내집을 산다는 결정을 내린 것. 그 결과 소득 3분위 가구는 일년에 약 760만원, 4분위는 1000만원 가까이 원리금 상환에 밀어넣게 됐다. 일년 소득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거금이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구입한 주택이 담보로 잡혀 있기 때문에 부채 상환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분석되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들 중 8% 가량은 자산 대비 빚의 규모가 커 이를 상환하지 못하거나 연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5% 가량이 연체할 것으로 내다본 저소득층보다 상환 전망이 어두운 것이다.
문제는 내수 소비를 이끌어야 하는 중산층이 빚에 허덕이면서 소비를 줄여 경기 침체를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지난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65만3000원으로 작년 1분기(265만4000원) 보다 오히려 줄었다. 소비지출 증가율은 작년 1분기 4.4%(전년 동기대비)에서 2분기에 3.1%로 줄었다가 3분기에 3.3%로 다소 좋아졌으나 4분기에 0.9%로 다시 떨어졌다. 물가 변동분을 제외한 실질 소비지출은 0.6% 감소했다. 한국은행의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 국내 금융권 전문가들이 가계부채와 소비 부진에 따른 저성장 문제를 한국 경제 시스템에 나타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리스크 요인으로 꼽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연구실장은 “부채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안심전환대출과 같이 분할상환 능력이 있는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만 급격한 디레버리지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 금융경제연구부장은 디레버리지 정책과 경기 부양 정책의 조화에 대해 “경기 침체는 당장 해결책이 필요한 단기 리스크 요인인 반면 가계부채로 인한 금융 안정성 불안은 3년 내의 중기 위험”이라며 “우선 금리인하와 재정 확장 정책을 통해 경기를 떠받치면서 개별 금융기관이 자기자본을 더 쌓도록 하는 금융 건전성 정책을 함께 추진해 금리인하가 가계부채 총량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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