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엄마, 보고싶죠. 솔직히 안 보고 싶은 건 아니잖아요.”
세상을 떠난지 8년이 된 고(故) 최진실의 딸 최준희가 1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랑 2015’의 마지막 편을 통해 시청자와 만났다. 어린 나이에 슬픔을 안고 자랐지만, 이날 방송 내내 준희는 눈물 대신 미소를 지었다.
엄마를 빼닮은 밝은 미소가 인상적인 준희는 지금 사춘기다. 할머니 정옥순 씨의“준희는 말이 많아졌다”는 이야기처럼, 말수가 늘어난 만큼 말솜씨도 늘어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인데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조리있게 전하는 아이로 성장했다.
이날 방송에서 준희는 공부에는 흥미가 없지만 ‘강남엄마’ 못지 않은 할머니의 학구열에 치열하게 공부에 매달려야 하는 일상, 자신처럼 사춘기를 맞은 오빠와의 소원해진 관계, 엄마와 삼촌, 아빠가 떠난 이후 어린 나이에 버텨온 지난 이야기를 차분히 전했다.
공부에 열을 올리진 않아도 “학교에 가는 것이 즐겁다”는 준희는 “큰 집에 할머니와 둘이 지내니 집에 오면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엄마의 흔적은 준희에게도 크다. 짧은 시간동안 순차적으로 다가왔던 아픔의 크기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 지난 2008년 엄마 최진실이 떠나고, 삼촌 최진영이 누나의 곁을 따라간 데 이어 아빠 조성민마저 2013년 스스로 세상과 이별했다.
준희는 “친한 사람들은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는 거라고 이야기한다”며 “살다보면 이런 일…한두 번 일어나야지. 너무 힘들었다. 이제 주위에 남은 사람은 할머니밖에 없으니까”라며 가슴에 묻어둔 이야기를 꺼냈다.
일상 속 준희의 밝은 미소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깊이 묻어둔 이야기엔 상처도 컸다. 대한민국 국민이 다 알게 된 가정사의 주인공이 된 아이들의 성장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외로움에 세상과 소통하고 싶었던 아이에겐 악의적인 댓글이 남겨졌다. 할머니 정옥순 씨는 때문에 “외로운 아이들을 멀리 보내고 싶진 않지만, 상처 많은 한국에서 잘 보낼 수 있을지 걱정”돼 미국 유학까지 알아보는 모습이 그려졌다.
준희는 그런 할머니의 마음을 모르지 않았다. 스스로도 “미국은 내 앞날을 위해서, 한국은 내 행복을 위해서 머물고 싶은 곳”이라며 “하지만 한국에선 상처받는 일이 많다”고 했다.
“들으면 안 되는 말들을 너무 많이 들어 힘들었다. 엄마도 그 댓글들을 참기 힘들어서 그런 건데 나도 그러니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은 있었다. “사물함에 ‘엄마 없는 애가 나대지 말라’는 쪽지가 있었다”며 “그런 쪽지가 있다는 것도 화가 났지만, 내 앞에서 이야기하지 않고 뒤에서 이야기했다는 것이 더 화가 났다”는 기억을 떠올렸다. 재주가 많아 예전에 가수가 꿈이었던 준희는 “이젠 사람들이 하는 말들이 무서워 포기했다”며 “지금은 어리니까 좀 나은 거겠지만 크면 얼마나 더 심할까 싶다”고 한다. 할머니 오빠와 함께 준희는 ‘한국에서보다 미국이 낫겠다’는 생각으로 외로운 유학길을 떠나려 했지만, 현지에 도착해 학교를 알아보며 준희는 “내 방의 그 침대랑 베개, 책상, 창문에서 바라볼 때의 풍경이 너무 그립다”며 “그래도 내 행복을 위해서 한국에 있고 싶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가족을 하나둘 떠나보낸 준희에게 엄마는 여전히 그리움의 대상이다. 좋아하는 남자친구 이야기에 폴짝폴짝 뛰며 좋아하는 것도, 스스로는 “가족의 사랑이 부족했잖아요. 그래서 사랑을 찾아다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엄마가 해준 밥도 못 먹어보고, 다른 애들은 엄마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지만, 난 얘기할 사람도 없다. 난 왜 다 이렇게 떠나갈까”라는 생각도 한다. 가끔 자신의 이야기인듯 마음을 달래주는 노래는 열세살 준희에겐 나이가 많은 김정호의 ‘하얀나비’였다. “생각을 말아요. 지나간 일들 그리워 말아요. 떠나 갈 님인데 꽃잎은 시들어도 슬퍼하지 말아요. 때가 되면 다시 필 걸 서러워 말아요”라는 가사를 한 자 한 자 부르면서도 준희는 눈물 대신 미소를 짓는다.
지금 준희는 김천 고모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엄마와 함께 살던 잠원동 집에 할머니와 둘이 지내왔지만, 고민 끝에 내린 준희의 선택이다. “큰 집에서 혼자 지내는게 무섭기도 했는데 좁은 집에서 사람들의 온기가 느껴지니 행복하다”는 준희는 “이 곳이 마음이 편하다. 안정이 되고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슬픔이 많은 아이들, 어린 나이에 많은 슬픔을 감당해야 했던 아이들”이라 “항상 마음이 아프다”는 할머니도 준희의 선택을 존중하고 김천으로 보냈다. 그림도 잘 그리고, 마음 속 이야기를 시로 풀어내는 재주 많은 준희의 꿈은 소박하다. 준희는 이날 방송을 통해 “빨리 결혼해서 가족들도 많이 만들고 싶다. 조그만 아파트를 한 개 얻어서 인테리어 예쁘게 꾸미고 아이들이랑 행복하게 살고싶다”고 전했다.
‘휴먼다큐 사랑 2015’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아 지난 2010년 ‘진실이 엄마 ’편을 기획한 이후 4년 만에 최진실 가족의 이야기를 다시 담아 이날 방송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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