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사드 배치’ 씁쓸한 뒷맛 남기고 떠나 1차적 원인제공자 北, 의도된 도발 이어가 한국은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
한반도 정세가 좀처럼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을 맞아 남북관계 진전을 바탕으로 한반도 정세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북한의 도발 위협은 오히려 고조되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격화되는 패권경쟁 속에 한국의 활로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있어 한반도 정세를 긴장으로 떠미는 듯한 형국이다.
▶개운치 않은 뒷맛 남긴 케리 방한=이런 상황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방한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미 이후 미국의 미ㆍ일동맹 경도현상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한반도 정세의 돌파구를 만드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케리 장관 간 한ㆍ미 외교장관회담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 대북정책 공조와 연합 억지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재확인하는 나름 성과를 남겼다.
하지만 케리 장관이 한국을 떠나기 직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발언을 하면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이와 관련, 케리 장관은 방한 마지막 일정이었던 서울 용산 주한미군기지 방문에서 북한의 위협을 거론한 뒤, “우리는 모든 결과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드와 다른 것들에 관해 말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케리 장관이 공개석상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 양국은 케리 장관 발언 직후, 외교장관 회담을 비롯해 한미간 사드와 관련된 어떤 논의도 없었다며 불끄기에 나섰지만 케리 장관이 주한미군들 앞에서 직접적으로 사드 배치를 언급한 만큼 양국간 사드를 둘러싼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한미동맹이 아무리 공고하더라도 미국 입장에서는 국익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며 케리 장관의 발언이 북한은 물론, 중국을 겨냥한 계산된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의 한반도 전개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케리 장관의 사드 발언은 한국에 짐이 될 수밖에 없다.
▶北, 한반도 긴장의 1차적 원인제공=한반도 긴장의 1차적 책임이 북한에게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20여년째 이어져오고 있는 북핵문제는 한반도 정세 불안의 근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강하게 반발해 온 한ㆍ미 연합 군사연습이 종료된 이후에도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과 서남전선군사령부의 우리측 함정 ‘조준타격’ 위협, 동해상 함대함 미사일 발사 등 연일 도발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오는 10월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추가 장거리로켓 발사를 준비 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일본 교도통신은 복수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올해 초 국가우주개발국에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0월 중 위성 탑재 장거리 로켓 발사를 위한 특별준비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미 상당 수준의 핵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북한이 3대 핵 투발수단인 장거리 로켓, SLBM, 전략폭격기 가운데 SLBM과 장거리 로켓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권력강화 필요성 등 북한의 내부사정으로 인해 도발국면을 지속적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점이다.
대북 소식통은 “김 제1위원장의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숙청 이후 북한의 고위간부들도 불안과 공포를 느끼고 있다”며 “김 제1위원장 입장에서는 내부의 불안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서라도 한동안은 한반도 긴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南 끊이지 않는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남북관계의 한축인 한국 역시 한반도 정세 악화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외교ㆍ안보 분야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한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미ㆍ일 신밀월시대 개막과 남북관계 및 한일관계 냉각기 장기화에 따라 ‘외교전략 부재’, ‘외교 고립’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무엇보다 외교ㆍ안보 분야 전략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대중 정부의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이나 노무현 정부의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이명박 정부의 김태효 대외전략기획관 같은 외교ㆍ안보 컨트롤타워가 없다보니 큰 흐름없이 임기응변식 대응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현 정부에서는 김장수 주중대사에 이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비슷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능력의 문제를 떠나 군 출신으로서 남북관계와 외교문제를 총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가뜩이나 북한이 박 대통령에 대해 거친 언사로 비난을 퍼붓고 있는데, 군 출신 인사 중심의 외교ㆍ안보라인에서 대북 온건파가 제 목소리를 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올해 초 통일준비와 실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던 박 대통령이 최근 들어 김 제1위원장을 비롯해 북한 체제를 직접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하는 데에도 이러한 배경이 깔려있다는 후문이다.
결국 북한의 의도된 도발에 한국의 외교전략 부재, 그리고 미국, 중국 등 주변 강대국의 자국중심의 대외전략이 충돌하면서 한반도 정세도 꼬이고 있는 셈이라 할 수 있다.
신대원 기자/
shindw@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