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금리 예·적금 매력 떨어져 체크카드 결제 등 단기수신 급증 주택담보대출 비중 30% 육박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 조 모씨(33)는 입사 이래 10년가까이 적금과 예금을 오가며 돈을 모아두는 이른바 ‘예금-적금 풍차돌리기’를 포기했다. “적금을 가입할 때까지는 그나마 2% 중반대의 금리라도 받았지만 이제는 예금 금리 마저 1%대로 내려앉은 상황이다보니 은행에만 의존해서는 돈을 모을 수 없겠더라”는게 그 이유.
대신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을 가입했다. 은행에는 체크카드 결제를 위한 수시입출금 통장만 남게 됐다. 초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면서 은행이 현금을 보관만하는 금고로 전락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은행의 단기 수신 비중은 3월말 현재 33.7%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단기 수신이 급증한 것은 정기예금과 적금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1년 정기예금 상품 10개의 평균 금리는 1.64%에 불과했다. 1.75%인 기준 금리보다도 낮은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만기 2~3년 예금상품과 6개월 미만 상품의 금리 차인 장단기예금금리차도 2010년말 4%대에서 지난 1월 0.3%로 좁혀졌다.
은행 고객들이 굳이 예금 통장에 현금을 오래 묵혀둘 필요가 없어지게 됐다. 정기예금 잔액 증가율은 2014년 6월 2.9%였지만 올해 3월에는 -1.7%를 기록했다. 정기 예금의 전체 규모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반면 단기 수신의 증가율은 같은 기간 6.3%에서 17.1%로 상승했다.
소비자들이 연말정산에서 높은 소득공제율을 적용받기 위해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를 더 많이 쓰면서 결제성 자금이 늘어난 것도 은행 수신구조의 단기화를 부추겼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3월 승인된 전체 카드 사용금액 중 체크카드 승인 금액의 비중은 20.4%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의 20.0% 이후 처음으로 체크카드 승인금액 비중이 20%를 넘은 이후 3분기 연속 20%대를 기록한 것. 체크카드의 평균결제액은 2만6321원으로 6만795원인 신용카드 평균 결제 금액은 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보다 작은 액수의 현금이 짧은 주기로 은행통장을 드나들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으로선 흘러들어오는 돈의 흐름이 변덕이 심하다보니 내보내는 돈, 대출 역시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워졌다. 언제 떼일지 모르는 가계 및 기업 신용대출보다는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면서 그 비중이 29.7%까지 늘어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예대 금리 차가 신용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은행 수익성에는 도움이 안되지만 워낙 조달 시장이 불안정하다보니 최대한 리스크를 피하는 방향으로 자금을 운용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저금리 시대를 앞서 겪은 일본이나 미국의 상업은행 역시 수신 구조 단기화의 부작용을 겪었지만 금리 갱신 주기를 장기화 하는 등 금리에 민감한 자산 규모를 줄여왔다”면서 “우리 은행들도 펀드 결제 계좌 유치 등 교차 판매 비중을 늘려 수수료 수익을 비롯한 비이자수익을 늘리고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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