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보고나서 기분이 좋아지는 드라마. 김혜자 채시라 도지원 서이숙 등 배우들의 명연기를 볼 수 있었던 드라마. 14일 종영한 KBS 수목극 ‘착하지 않은 여자들’는 그런 드라마였다.

제목은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었지만 악한 사람은 없었다. 여기에는 사랑과 포용, 관용 정신이 있었다. 김현숙(채시라)은 고교시절 자신을 퇴학 당하게 했던 나말년 선생(서이숙)을 업어주었고, 요리 교사 강순옥(김혜자)은 배신한 제자 박 총무(이미도)를 다시 자신의 주방으로 돌아오게 했다. 사연 있는 불륜녀 장모란(장미희)는 김혜자와 서로를 아껴주는 언니-동생 사이가 됐다.

나말년 선생은 죽은 전처를 못잊는 남편으로 인해 상실감을 맛봐야 했고, 박 총무는 10년 넘게 보조 요리사의 역할을 했지만 강순옥의 수제자가 되지 못할까봐 불안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장모란은 김혜자의 남편 이순재로 인해 결혼할 남편과 헤어져야 했다. 여느 드라마같으면 악녀라고 할만한 이 사람들은 다들 아픈 상처와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기존의 드라마와 약간 다른 문법과 작법을 지니고 있었다. 인생을 살다보면 위기라고 할만한 순간들이 온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도 3대에 걸친 여자들이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을 겪으면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며 자기 정체성을 발견해나갈지를 담았다. 김혜자-채시라-이하나 등등의 인물들은 모두 어떤 사람과 어떤 환경변화로 인해 힘든 상황들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니 이들은 피해자이고, 장모란과 나말년, 이미도는 가해자가 된다. 많은 드라마에서 피해자는 선한 인물들이 되어 갈수록 더욱 힘들어지고, 가해자는 ‘악녀‘가 되어 더욱 더 악행의 강도를 높여간다. 악인들은 종영직전 ‘급’회개한다. 이는 촌스러운 방법이지만, 드라마의 극성을 강화하는 데는 안성맞춤이다. 막장드라마도 이 프레임안에 있다.

하지만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좋지 않은 기억과 상황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 더 근원적으로 하고 있다. 사랑과 성공, 행복 찾기라는 관점에서 생각하게 하고, 인간이 무엇으로 살아가는지에 대한 해답도 제시한 셈이다.

한마디로 인정할 건 인정하고 용서할 건 용서하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오른쪽 뺨을 맞으면, 왼쪽 뺨을 내주어라’는 예수 정도의 수준의 관용을 베풀라는 얘기는 아니다.

외부적인 환경 변화에 의해 삶이 힘들어지고, 그것이 여전히 현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면, 평생 환경과 남 탓만 한다고 해서 현실은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세대간의 시각 차이와 오해도 작용한다. 이런 부분은 김인영 작가는 때로는 돌직구로, 때로는 디테일로 섬세하게 녹여냈다. 그렇게 해서 극적 리얼리티가 있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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