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일본이 조선인 강제 징용시설이 포함된 산업시설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코모스(ICOMOSㆍ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에서 ‘등재 권고’가 수용되지 않았던 사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유산위원회(WHC)에서는 자문기구인 이코모스의 평가를 토대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여부를 심사한다. 이 평가는 등재ㆍ보류ㆍ반려ㆍ등재불가 네 가지로 나뉜다.
이코모스는 일찌감치 조선인 강제 징용시설 7곳에 대해 등재 권고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코모스의 권고안 이후 세계유산위에서 그 결정이 번복된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해당 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기정사실화된 것이나 다름없지 않느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때문에 한국 입장에서는 세계유산위가 이코모스의 등재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사례에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10년 간 세계유산위가 이코모스의 등재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경우는 단 한 차례뿐이었다.
이스라엘은 2008년 레바논과 시리아 국경 지역에 있는 ‘3중 아치문’을 문화유산으로 신청했다. 이에 대해 주변 아랍 국가들은 국경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2011년 유네스코 총회에서는 이코모스의 등록 권고에도 불구하고 ‘심의 연기’를 결정했다. 세계유산위는 영토 분쟁이 종결될 때까지 해당 문화재의 세계문화유산 지정 여부를 결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이는 이코모스의 평가가 잘못됐다는 측면보다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가 개입된 정치적 사건에 유네스코가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유네스코는 7월 초 총회를 앞두고 회원국인 한ㆍ일이 첨예한 갈등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회원국 간의 사안으로 유네스코도 정치화될 수 있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선례가 없던 상황인 만큼 이코모스의 권고만으로 최종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 민관을 막론하고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반영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일본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고 하는 23개 시설 가운데 ‘지옥도’라는 별칭이 붙은 하시마 탄광 등 7곳은 일제 강점기 5만7900명의 조선인이 강제동원 돼 94명이 사망하는 등 역사적 사실이 남아 있는 곳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 산업시설에 대해 세계유산 등재 자체를 막지는 못하더라도, 조선인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언급 없이 등재되는 상황은 막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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