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별명은 돈키호테와 홍반장이다. 돌파력이 있으면서도 친화력까지 겸비했다는 뜻이다.

국회 법사위 위원시절 현장 국정감사를 나가면, 정부측의 정책 집행의 난맥상을 실랄하게 꾸짖다가도 휴식시간에는 “선배, 자리가 그래서 이러는 거지, 제가 선배 좋아하는 것 아시잖아요. 술 한 잔 하고 푸시죠”라면서 사법시험 선배 법무부 간부들과 스스럼없이 담소를 나누며 상대의 입장을 아는 듯 포용의 자세를 취하던 그였다.

또 당내에서나 야당과의 관계에서나, 웬만해서는 자세를 굽히지 않다가도 사석에서는 특유의 미소띤 표정으로 어색감을 없애나가기도 했다.

홍 지사의 돈키호테 같은 면모는 검사 시절 어려운 사건들을 잘 해결하는 업무능력으로 나타난다. 1980년대 후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인척ㆍ측근 비리 사건 수사에 관여한데 이어 1991년에는 광주 일대 조직폭력배를 일망타진하면서 ‘조폭의 저승사자’라는 명성과 함께 검찰 조직내 눈에 띄는 검사의 반열에 오른다.

스타덤에 오른 것은 1993년 ‘슬롯머신 사건’이다. 서울지검 강력부에 재직하던 그는 선배 검사인 ‘6공의 황태자’ 박철언 전 의원을 구속기소했다. 수사과정은 매서웠다고 한다. “선배면 선배답게 솔직해지시라”는 말과 함께 자존심을 공략했고 마침내 자백을 받아낸다.

후배가 선배 검사에 쇠고랑을 채우는 것은 사상초유의 일이었기에 검찰조직이 술렁거렸고, 홍검사는 사표를 던지고는 정치권에 입문한다. 이는 구태적 질서에 저항하는 의협심으로 비쳐졌고, 홍지사의 가난했던 어린시절 스토리가 덧붙여지면서 1995년 드라마 ‘모래시계’ 등장인물의 소재로 그려진다. 이때부터 그는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칭을 얻는다.

정치권에 입문한뒤 그의 돈키호테식 자세는 어떨땐 ‘몽니’로 가끔은 추진력으로 나타났고 친화력이 거친 면을 상쇄시키면서 승승장구한다. 4선에 당대표까지 오른다. 서울시장 후보선출 당내 경선에서 이겼다면, 대권까지 노릴수도 있었다. 경남지사를 하는 동안에도 공공의료시설 폐지, 무상급식 철회등 소신을 굽히지 않는 모습은 이어졌다.

그랬던 그가 불법정치자금 수수혐의로 8일 검찰 조사를 받는다. 그는 ‘(바둑판) 팻감으로 사용되지 않겠다’면서 정면돌파를 할 모양새이다. ‘정의의 모래시계 검사’가 20년만에 피의자로 전락하는 인생최대 위기를 맞은 만큼 그가 동원하는 방어무기는 다채롭다. ‘망자의 메모’는 증거능력과 증명력이 없다든지하는 법률적 대응에서부터, 자신은 희생양인 듯한 뉘앙스을 풍기고 숱한 정치인들이 돈을 받았다는 점을 내비치는 등 정치적 방어책까지 구사한다.

하지만 검찰의 칼날이 만만찮다. 홍지사도 상대가 한솥밥 먹던 동료이기에 예전의 돌파력이 먹혀들지 않을수도 있다. 수사 최고 책임자는 사시 24회동기 김진태 검찰총장이고, 문무일 특별수사팀장은 특수수사에 잔뼈가 굵은 사법연수원 네기수 후배이다.

수사팀은 이미 홍지사의 최측근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통해 돈 받은 정황에다 자금 전달자 회유 흔적까지 파악해놓은 상황이다. 망자의 리스트이기에 철저하고 폭넓은 탐문내용을 토대로 추궁할 예정이다.

전달자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과의 대질신문도 벌여 약점을 확인하고, 심지어 과거 홍지사의 검사시절 신문과정도 들여다보면서 역공의 무기로 삼을 계획이다.

홍지사가 과거 선배 검사 피의자에게 그랬듯, 검찰도 인정사정이 없다는 입장이다. 돈키호테 홍준표가 60년 쌓인 돌파력을 유지할지, 끝내 검찰 동기와 후배 앞에서는 기세가 꺾일수 밖에 없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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