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하하. 저 방금 장 보고 돌아오는 길에 건널목에 서 있는데요. 50대 중반 아저씨가 옆으로 와서 일부러 부딪치려고 하는 거에요. 배운대로 비켜돌아서 피했어요. 제가 막 째려보니까 그 아저씨 헛기침하면서 도망가네요.”

본인에게 여성호신술을 배운 여성이 보낸 문자 메시지다. 과거 크고 작은 성폭력 피해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해 진 뒤로는 아예 집 밖으로도 안 나가고 대중교통 이용도 잘 안 하던 분이었다. 이전에 여러가지 상담도 많이 받았고 다른 호신술을 1년 정도 배운 적도 있지만 극복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TV에 소개된 ‘ASAP 여성호신술’을 알게 돼 초중급 과정을 수료했다.

이외에도 혼자 밤길을 걷는데 호신술 특강 때 배웠던 내용을 기억하고 따라했더니 무섭지 않았다는 등 연락을 해오는 분들은 대부분 이런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사례를 전해들은 사람들은 아마 ‘그게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진 것도 아니고, 별로 대단한 상황도 아니구만’이라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자신에게 저런 변화가 일어났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놀라워하고 기뻐한다.

이는 실제로 상당수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가 특정하고 구체적인 성폭력 피해 경험보다는 대부분 저런 일상에서의 사소하지만 막연한 위협이나 불안 상황에서 ‘현재의 자신에게 닥친 위협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무력감을 느끼는 데서부터 비롯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것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기존 여성호신술 프로그램들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오류이기도 하다.

반면 자기 스스로에 대한 무력감이나 불안은 더욱 깊어지면서, 결국 저항 의지를 잃고 그저 ‘(운 좋게) 내가 피해자가 되지 않기만을 바라는’ 상태에 이르고 마는 것이다. 성폭력뿐 아니라, 많은 형태의 폭력 피해자들이 저항 의지가 꺾이기까지 이와 비슷한 과정을 겪게 되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이런 트라우마나 막연한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대(가해자)를 현실적으로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해 합리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자신에게 대입할 수 있도록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실제로 성폭력 문제를 다루는 많은 여성주의자들이나 단체들이 하는 여러가지 연구와 규범 및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운동들은 보다 사회적이고 근본적으로 이런 해법을 만들고 정착시키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여성호신술을 통해서 무슨 특별한 비법이나 기술을 가르치는 건 아니다. 다만 참여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두려워하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그 상황과 가해자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고, 합리적이며 실현 가능한 대응법을 제시하고 체험하게끔 돕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이미 짧은 시간에 최소한의 기술만을 배워서도 ‘무력감’에서 벗어나는 성공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여성호신술이 ‘실전적’이 아닌 ‘현실적인’ 호신술 프로그램이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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