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방위협력지침 개정 ‘日 전범족쇄’ 해제 주변국과의 영토분쟁서도 우군 과시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입지지도 재확인 美협상타결 희망 TPP·오키나와 문제 양국 정상 큰 입장차…중대한 진전은 없어

미일 정상회담으로 양국 밀월이 깊어지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주고 받은 손익계산서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런데 얼핏 공평하게 주고 받은 것 같은 양국의 거래내역을 살펴보면 저울은 일본으로 많이 기운다. 아베 총리가 받은 건 많은 데 내준 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아베의 승리’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을 통해 70년 동안 일본에 채웠던 전범국가의 ‘족쇄’를 풀어줬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바마 대통령은 태평양 전쟁의 시발점이 된 일본의 진주만 폭격이 있었던 하와이 출신이다. 이제 일본 자위대, 사실상 일본군은 미군과 함께 전 세계로 활동범위를 넓힐 수 있게 됐다. 미국은 다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등 일본과 주변국과의 영토분쟁에서도 다시 한번 일본 편임을 재확인했다. 심지어 10년만에 일본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가입지지를 다시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아베가 미국에 내준 것은 별로 없다. 군사적으로 대중국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것은 미국의 국익임과 동시에 일본에도 이익이다. 아시아 패권에서 일본과 중국은 양립할 수 없는 관계인데, 미국을 등에 업고 한 층 더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게 됐다.

가장 첨예한 경제현안인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도 사실 일본에게는 불리하지 않다. 시장을 개방하면 제조업 경쟁우위인 일본이 미국보다 얻는 게 더 많다. 이미 일본정부는 농업개방에 따른 부작용은 보조금 등으로 무마한다는 대책까지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TPP는 ‘타결’이 아닌 ‘타결 노력’에만 합의해 향후 협상의 여지는 남았다.

그나마 내 준 게 하나 있다면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 문제다. 중국에서 멀지 않은 위치 덕분에 오키나와는 미군에게 최적의 아시아태평양 전진기지다. 일본은 본래 오키나와 미군기지 인근에서 미군의 성폭행, 헬리콥터 추락 사고 등으로 주민들의 비난 여론이 일자 기지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미국의 강력한 반대로 결국 2010년 오키나와 내 다른 지역으로만 이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주민들의 반발은 극에 달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오키나와현은 아베 총리에게 미국 측으로부터 기지 이전 약속을 받아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오키나와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미군 기지의 오키나와 잔류를 사실상 묵인한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 “오키나와 주민들의 반발은 미일 안보 동맹을 약화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보도한 것도 미국이 느끼는 이 문제의 중요성을 입증해준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