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리뷰스타=전윤희 기자] 천상 배우다. 연기 경력 만해도 반세기에 가까운. 많은 여배우들이 ‘롤모델’로 삼는 그녀 윤여정말이다. 똑부러지다 못해 까칠하다는 이미지가 강한 윤여정이지만 인터뷰를 통해 만난 윤여정은 참으로 솔직하고 또 유쾌했다. 영화 ‘장수상회’는 70세 연애 초보 성칠(박근형 분)과 그의 마음을 뒤흔든 꽃집 여인 금님(윤여정),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연애를 응원하는 사람들까지, 첫사랑보다 서툴고, 첫 고백보다 설레고, 첫 데이트보다 떨리는 특별한 러브 스토리를 그린 작품. 상업영화에서 다루기 쉽지 않은 노년의 로맨스를 소재로 했다. “내 친구들이 69세인데 영화보기 시작하더라고요. 거의 나보다 더 많이 보는 것 같아요. ‘갑자기 영화 왜 보냐’고 했더니 할일도 없고 영화관 가는 게 돈이 적게 들고 남의 인생을 보는 게 재밌다더라고요. 우리나라도 노년의 사랑을 다루는 그런 영화가 나왔으면 좋은 때인데 이런 작품을 만나게 되었네요. 이게 잘 공감이 되어야 흥행이 되는 게 아닐까해요. 공감을 불러 일으켜서 다른 많은 세대를 아우르는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책임감 같은 그런 건 영화를 늘 할 때마다 손익분기점만 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이 영화를 한 사람들이 다 같이 다음 일을 할 수 있으면 굉장히 좋은 거죠. 날 찾는 사람이 또 있으면 영광이고 기쁨이고요. 지금도 손익분기점만 넘었으면하는 바람이 있어요. 1000만, 500만 관객이 쉬운 일 아니에요. 또 어떤 사람이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되면 좋은 일이죠”
윤여정은 영화 ‘장수상회’의 꽃집 여인 금님으로 분해 카리스마를 내려놓고 수줍은 소녀 같은, 그야말로 ‘꽃같은’ 여인이 됐다.“‘장수상회’ 출연 계기요? 60이 넘어서는 ‘일을 순서대로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돌아오는 순서대로 책임감 있게 하리라’ 한 번에 두개씩 못하고 순서대로 와서? 그게 첫 번째 이유예요. 지난번에 했던 역할과 같은 역할이었으면 안했을 거예요. 다른 걸 해 보고 싶었어요. 매너리즘에 안 빠지는 길은 다른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나는 나에요. 그냥 내 목소리고 나. 어떤 걸 식상하지 않게 하려면 전에 안했던 역할 하는 게 첫 번째 아닐까요. 순서대로 오는 건데 지난번과 다르면 할 용의가 있어요” “내가 나를 보고 만족하지 않아요. 그냥 박근형 선생님을 보며… 내가 그런 표현을 아름답게 하는 사람은 아닌데 ‘남우주연상 노려봐도 되겠다’고 했어요. 지금까지도 쭉 그래왔지만 강제규 감독이 박근형 선생의 정수를 뽑아낸 것 같아요”
윤여정과 박근형은 ‘장수상회’를 통해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함께 해 온 시간이 많았던 만큼 눈빛만 봐도 ‘척 하면 척’이었다. “저분은 처음 만났을 때 연극계에서 연기 잘하고 잘생기고… 그때 저런 키도 없었어요. 출중한 배우였는데 생각해보면 너무 배우끼가 많으셨는지 진짜 정말 기분대로 감성대로 연기하고 그래서 그랬는지 그가 누린 게 없어요. 그게 늘 분하다고 생각했을 만큼 출중한 배우셨어요. 어렸을 땐 안 좋아했죠. ‘장희빈’ 할 때 아무래도 선배고 잘하는 배우니까 자꾸 지적을 하더라고요. 그 얘길 듣고 나면 꼭 그 부분이 걸려서 NG를 내요. ‘꼭지’ 할 때 ‘나는 그렇게 박근형 선생처럼 빼어난 연기자가 못된다. 지적질 하지 말고 눈을 보고 해달라. 나는 그렇게밖에 몰입할 방법이 없다. 도와달라’고 했었어요. 그 다음부터 정식으로 연기하시는 분 들어오신다고 할 정도였죠(웃음)” “거의 반세기를 봤으니까 얼마나 장단점을 많이 알겠어요. 서로 이번에 하면서도 ‘우리는 참 좋은 직업이구나’ 했어요. 어떤 한 시점에서 40대에 만나 부딪혔을 때 헤어질 수 있는데 우린 이렇게 많은 역사가 쌓이니까 ‘아 저 사람은 저런 사람이야, 그 사람은 나를 어떻게 인정하는 부분이 있어’ 그때까지 같이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됐어요. 박근형 선생은 워낙에 빼어난 배우셨어요. ‘추적자’ 그런 거 유도 아니게 잘하는 분”
이미 베테랑이라 불리고도 넘칠 만큼 연기에 도가 튼 윤여정이지만 여기 오기까지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이제 돌이켜볼 나이가 됐네요. 박근형 선생 같은 분은 연극 영화과 출신이고 배우를 작정한 사람이죠. 요즘 애들도 초등학교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어요. 나는 목적이 없었거든요. ‘내가 뭐가 되어야한다’ 생각도 없었고 정말 사고에 의해 아르바이트하려고 그랬다가 배우가 됐기 때문에 열등의식 같은 게 있었어요. 배우를 하려고 했던 사람도 아니고 어쩌다가 이렇게 오래 배우하게 될 줄 몰랐어요. 인생이라는 건 놀라움의 연속인 것 같아요 이렇게 배우 오래할 줄 몰랐으니까요. 이제 윤여정 그러면 배우가 됐어요. 그건 내가 계획한 바도 아닌데 그렇게 됐죠. 불만은 없고 진짜 영광이에요. 지금 생각해보건대 우리 때 배우라고 하면 영광스러운 일은 아니었어요. 딴따라라고 무시하고… 요즘은 다 배우하고 부러워하고… 그런 거 까지 보고 죽게 되어서 영광이네요(웃음). “남들이 보는 시선을 깨고 싶어서? 그런 것도 있었어요.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지금까지 배우 하니까 굉장히 누렸다고 생각하는데 지금까지 아픈 세월을 많이 겪었어요. 세, 네 번째로 캐스팅돼도 다 알고 하는데 ‘나 더러워서 못해’ 할 수 있죠. 그때 내 생각은 ‘후회하게 해주리라, 첫 번째 캐스팅보다 더 열심히 하겠다’였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미모로 승부 볼 수도 없고 목소리의 아름다움으로도 승부할 수 없고 다름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었어요”
입바른 소리 못하고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전하는 윤여정이 당당하고 또 멋있어보였다. 정작 ‘롤모델’이 싫다고 말하는 그녀였지만 ‘롤모델’로 삼고 싶어진다. “난 ‘롤모델’이라는 걸 싫어해요. 같은 사람은 필요치 않아요 다른 사람이 필요하지. 그랬듯이 ‘네가 생각 못했던 내가 어떻게든 해서 날 쓴 걸 잘했다’하게 만들어야죠. 자기의 잔상이 있을 거예요. 첫 번째 선택을 엎으려면 많은 노력을 해야하죠. 그 싸움의 연속이에요. 두 번째, 세 번째 그런 거 하나도 두렵지 않아요. 한 사람이 장땡이에요. 결과가 중요한 거고 인생이라는 게 상식적인 거에 순서 없어요. 그 사람의 사고방식을 내가 해서 엎으면 되죠. 못 엎으면 어때요 한 사람이 장땡인데. 그걸 안하고 ‘몇 만 들었는데 나한테 온 거 거절했다 그거 창피한 거에요” “사람은 각자 다 달라요. 자기가 해야 하는 건 다르죠. ‘롤모델’이 싫은 게 ‘저 사람이 부럽다 저렇게 살까’라는 건 있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사람의 연기를 ‘롤모델’로 삼는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롤모델’이라는 걸 정해놓는다고 그 사람처럼 살 수 없는 거잖아요. 그냥 어떤 사람을 ‘저 사람을 멋있다’ 그렇게 마음으로 그리면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사진=최지연 기자)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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