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아기는 배가 고프고 아빠는 잠이 고팠다. 새벽마다 깨서 밥 달라고 울어대는 아이 때문에 잠을 푹 잘 수가 없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근하다 보니 업무 효율도 떨어지는 것 같다. 요즘 남자들도 육아휴직을 한다는데 차라리 육아휴직이나 내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얼른 생각을 고쳐먹는다. 생각을 입 밖에 내는 순간 휴직은 커녕 따가운 눈총만 돌아올 것 같아서다.

그런데 아내는 적극 찬성이란다. 남편이 쉬면 본인이 일을 하겠다고, 아니 일을 할 수 있다며 말이다.

얼마 전 아들을 낳은 친구의 이야기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 친구에게는 남성의 육아휴직은 아직은 멀게만 느껴진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올해 1분기 들어 공무원, 교직원을 제외한 남성 육아휴직자가 87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64명)보다 60% 가량이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육아는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이 바뀌면서 남성의 육아 참여가 늘고 있다는 게 고용부의 분석이다.

하지만 전체 육아휴직자(1만9743명)로 보면 남성 육아휴직자는 5%가 채 안 됐다. 그나마 증가한 것도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전히 친구처럼 피곤함을 감수하고, 눈치를 보며 일을 해야 하는 남성이 많다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여성 입장에서는 아직은 일부에 불과하더라도 남성 육아휴직자가 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성별을 떠나 육아활동이 보다 평등해졌다는 의미도 있지만 여성이 일터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업으로서는 육아휴직에 따른 업무 공백을 대체할 인력을 구해야 한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 정규직은 부담스럽고, 기간제나 시간제 근무자를 원할 가능성이 높다.

아이를 출산했다는 이유로 직장을 그만둬야 했던 경력단절 여성에게는 이마저도 희소식이다.

최근 정부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지원사업에 참여한 인원이 올해 1분기 4680명으로 작년 1분기(459명)보다 10배가량 급증했다. 이 중 10명 중 7명이 여성이었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그만큼 육아문제로 시간에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여유만 된다면 일을 하고 싶어 한다는 점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남편이 아이를 봐 준다면 굳이 시간선택제 일을 고집할 필요가 없고, 그만큼 일자리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커진다.

남성이 육아문제로 비운 자리를 여성이 대체하는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