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스무 살이 되어 대학에 신입생으로 들어갔을 때, 처음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던 점이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선배들의 교수들에 대한 호칭이었다.
예를 들어, 학과에 강호동, 신동엽이라는 교수가 있다면, 선배들은 그 교수들을 칭할 때, “강 교수님, 신 교수님”이라고 말하지 않고, “강 선생님, 신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그 교수들 앞에서 직접 이야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강 선생님, 학과 사무실에서 신동엽 선생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라는 식이다.
‘왜 교수님들을 ’교수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선생님‘이라고 부를까? 여기는 고등학교가 아니고 대학교인데 말이지.’ 신입생의 이 질문에 대해 선배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교수(敎授)는 고등학교의 교사(敎師)와 마찬가지로 호칭이라기 보다는 직업이다. 네가 고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을 ”김 교사님, 이 교사님“하고 부르지는 않았잖아? 마찬가지로 너를 가르치는 교수님들에게는 선생님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요즘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교수’의 사회적 지위가 ‘교사’보다 높다는 편견이 남아있는 것 같다. 하지만, 교수도 교수 나름이고, 교사도 교사 나름이다 보니, “아무개 대학교 교수님”하면 일단 대단하게 보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신입생 유치를 위해 교수가 교사를 찾아가 로비를 하는 시절이라니 말이다. 어찌되었건 김 교수의 지위나 학식이, 이 선생의 지위나 학식을 능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것은 태권도를 비롯한 무술도장의 관장과 사범에 대한 호칭도 비슷하다. 보통의 태권도장에는 그 도장의 주인인 관장과 그 관장들이 고용한 직원으로서의 사범들이 있다. 그래서 요즘 도장에서의 관장과 사범의 관계는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래서 사범들은 ‘나도 나중에 돈을 모아서 도장을 직접 차리겠다’는 꿈을 갖는다. 사범에서 관장으로 ‘신분 상승’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범(師範)의 사전적 의미는 ‘무술 도장에서의 선생’이다. ‘사범님’이 곧 ‘선생님’이라는 말이다. 중국 무술의 사범을 칭하는 말로 흔히 쓰는 ‘노사(老師)’라는 말도 중국어로는 ‘라오스’, 영어로는 ‘Master’, 즉 선생님이라는 말이다.
과거에는 관장이 한 ‘관(館)’을 대표하는 그랜드 마스터(Grand Master)의 개념이었지만, 그 관들이 사라진 지금 관장은 그냥 일개 도장의 대표를 말한다. ‘관장’이라는 말도 ‘교수’처럼 직업을 의미하는 것에 가깝다는 말이다. 그렇다보니, 관장은 도장의 수만큼 있다. 그에 속한 사범들은 더 많다. 그러나 말의 진정한 의미로서 ‘사범님’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선생님’들은 많지만, 진정한 ‘스승’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진정으로 존경하는 교수들을 만나면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진정으로 존경하는 무술 고수를 만나면 “사범님”이라고 부른다.
적어도 나에게 만큼은 교수님보다는 선생님이, 관장님보다는 사범님이 훨씬 더 높은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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