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삶이란 비극 속에서 즐거움을 건져내는 것이라고 했다. 찰리 채플린은 “진정으로 웃으려면 고통을 참아야 하며, 나아가 고통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누구나 자기 손톱 밑의 가시가 가장 아픈 법이라지만, 간혹 개그맨들의 입을 통해 들려오는 그들의 아픈 이야기는 시청자들을 종종 놀라게 한다.
지난 22일 방송된 JTBC ‘속사정쌀롱’의 마지막회에 출연한 게스트 유상무와 MC 장동민은 이날 참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대학시절 유세윤 장동민과 함께 살며 생활하던 이야기부터 최근 어머니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잠시 기억을 잃었다는 유상무의 이야기, 어린시절 내내 불행했다는 장동민의 이야기가 그렇다.
두 사람의 이야기엔 페이소스가 묻어났다. 희극의 세계는 사실 참 오묘하다. 소위 말해 ‘찧고 까불기’의 연속처럼 보여도 이들의 사적인 이야기를 듣다보면 진짜 희극은 비극의 참맛을 알 때 승화된다는 명제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유상무는 최근 있었던 일은 비교적 담담히, 그러면서도 극적으로 이어갔다.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유상무의 어머니는 어느날인가 가게에서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무야, 좀 와줘. 몇 시간이 기억이 안나.” 너무 놀란 유상무는 어머니의 이야기에 가게 안 CCTV를 살펴봤다고 한다. 평소와 다름 없었으나 어머니의 행동엔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라면을 손에 든 채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고, 야간 시간 돈을 새는데 얼마 되지도 않는데 그걸 한 시간동안 새고 계셨다”며 “CCTV를 보는데 피눈물이 났다”고 했다. 유상무의 어머니는 그날 아침 사고가 있었다. 엄마의 흔적을 찾아 거리로 달려나간 유상무는 어머니의 자전거가 차도 중앙까지 날아간 것을 발견했다. “지금도 어떻게 사고가 났는지는 모르는데 큰 사고를 당하셨다”고 최근의 이야기를 전했다.
아들의 입장에서 가슴이 메일 이야기임에도 정작 이 자리에서 보여준 유상무의 모습은 TV라는 매체 안에서 웃음을 전해야만 하는 직업인의 사명감도 묻어났다. 인생에서 가장 고마운 사람을 꼽으며 김석현 CJ E&M PD(코미디빅리그)와의 사연을 전하며 눈시울을 붉히다가도 금세 장동민과 아웅다웅하며 웃음 포인트를 끌어내는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장동민은 이날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시절을 떠올렸다. ‘내가 만나고 싶은 인연,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는 ‘어린시절의 장동민’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초등학교 이전부터 정신세계가 불우했다”는 장동민은 “딱지치기, 구슬치기를 할 때도 늘 근심걱정이 있고, 다른 생각에 빠져있었다”고 했다. 또래의 아이들과 달리 장동민은 일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시간을 살았다. “내가 지금 이걸 할 때가 아닌데, 부모님도 도와야 하는데…뭘 하고 있나”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나마 유일하게 “무언가에 빠져 재미있게 보냈던 시절은 대학 시절”이라며 “자취방에서 친구들과 재미있게 보낸 시기”라고 했다. 유세윤 유상무와 함께 보낸 시기였다.
이야기를 듣던 윤종신은 “친한 사람 중에 개그맨들이 많은데, 장점과 단점의 구분이 아니라 해맑은 사람은 없는 것 같다”며 “다들 명암이 같이 있다”고 거들었다.
유상무는 이에 “개그맨들이 모여 어둡고 슬픈 걸로 누가 일등인가 이야기를 한다”며 “잘 되고 있는 개그맨들이 더 슬펐다. 가족이 화목하고 좋은 아이들은 잘 안된다”고 했다. 장동민 역시 “슬픔을 체감적으로 느끼고 살아 그걸 반대로 표현하고 웃음을 승화한다”고 말했다.
많은 코미디언들이 그랬다. 지상파 방송사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한 개그맨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올라있을 만큼 가난했던 유년시절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자랐다”며 “그 분들께 웃음으로 보답하고 싶어 개그맨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고 했고, 또 다른 개그맨은 “방황했던 학창시절 청소년 쉼터에서 생활하던 당시 자원봉사를 와서 웃음을 전해준 선배 개그맨을 보고 같은 길을 가게 됐다”고 했다.
환경과는 별개로 우울증을 고백하는 이들도 많다. 이경규와 김구라의 공황장애나 유세윤의 우울증 고백이 그렇다. 특히 유세윤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달려왔고, 코미디 프로그램에선 등장하는 코너마다 히트를 거듭하며 인기 방송인, 뼈그맨(뼛속까지 개그맨)이라는 수사를 달고다녔다. 하지만 지난 2012년 MBC ‘라디오스타’에서 유세윤은 “삶의 공허함에 죽고 싶기까지 했다”고 고백하며 처음으로 방송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 당시 역시 유세윤은 최정상에 있을 때였다.
그 어느 직업이나 귀하지만, 너무도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을 보낼 때 “가장 웃기고 인기 있는 개그가 나온다”(윤종신)는 이야기는 문득 그들의 직업이 숭고하게 다가오는 대목이었다.
시대가 낳은 최고의 희극인 찰리 채플린도 가난한 연극배우 아버지와 정신병원을 드나들던 어머니 사이에서 불행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의 인생관은 시대를 초월해 웃음과 더불어 깊은 울림을 준다. 찰리채플린도 이런 이야기를 했다.
“불행해 하면 인생이 널 비웃을 것이고, 행복해 하면 인생이 네게 웃음지을 것이다. 만약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면 인생은 네게 경의를 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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