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필드의 에이스들이 15분 동안 전면전을 편다. 요리를 위한 테이블의 맞은 편에선 커다란 전자시계가 째깍째깍 15분을 흘려보낸다. 긴박한 순간에 등장하는 음악은 경쾌할수록 좋다. 셰프들은 대체로 말이 없지만, 재료를 다듬고 소금, 후추를 뿌리는 장면에서 나오는 허세 가득한 제스처는 일종의 예능 요소다. 셰프들이 요리에 집중할 동안엔 김성주 정형돈 두 MC가 이들을 도마에 올려놓고 요리를 시작한다.
JT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의 지난 9일 방송에선 최현석, 샘킴 셰프가 가수 소유의 냉장고 속 재료들로 ‘매운 야식’을 만드는 두 번째 대결을 폈다. 선택받은 사람만이 ‘별’을 따는 미묘한 자존심 대결. “사실 별은 의미가 없다”지만 “요리가 잘못되는 건 스트레스”(최현석 셰프)라고 한다. 출연하게 된 연예인들은 물론 두 MC를 비롯해 셰프들마저 놀란다. 종종 “아니 어떻게 15분에 이런 맛을 내는지 화가 나네요”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기존 요리 프로그램의 심심한 분위기를 벗고 팔딱팔딱 뛰는 긴장감을 불어넣은 ‘요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다. 10일 시청률 조사회사 TNmS에 따르면 전날 방송분은 유료방송 가입기구 기준 3.0%를 기록했다. ‘최고의 1분’은 소유가 최현석 셰프의 ‘삼고마비’를 선택했던 장면으로, 이 때의 시청률은 4.2%까지 치솟았다. 또 다른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선 4.1%(수도권, 유료가구 광고 제외 기준)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분당 최고 시청률은 4.9%까지 올랐다.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성희성 PD는 ‘냉장고를 부탁해’가 15분간의 요리대결을 포맷으로 가져온 것에 이유에 대해 ‘공감’과 ‘예능’의 요소를 찾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성 PD는 “요리는 굉장히 정적이고, 셰프들은 요리하는 동안에는 말을 할 수도 없다. 다이나믹한 요소를 좋아하는데 생동감을 넣은 것이 대결구도였다”고 말했다. 정적인 프로그램에 버라이어티적인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유쾌한 대결 요소를 넣었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셰프들이 요리하는 과정과 그들의 표정을 보여주기 위해 T자 형의 테이블 구조를 세트로 활용했다. 사실 이 같은 세트는 흔히 볼 수 있는 ‘토크쇼의 세트’이지만, “셰프의 개인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출연자들과 얼굴을 마주 보며 가까이할 수 있는 구조를 가져가기 위해 만들었다”고 성 PD는 설명했다.
출연자들은 그 덕에 셰프들의 요리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바라보고, 시청자는 무려 18대의 ENG 카메라를 통해 시시각각 달라지는 요리와 그들의 표정을 생생하게 접한다. 이 프로그램의 촬영에 쓰이는 카메라는 거치 카메라를 포함해 무려 25대다.
정적인 요리 장면이 카메라에 담기는 모습은 100미터 달리기라도 하듯 긴박하게 흘러가는데, 이는 대결시간이 15분으로 제한돼있다는 심리적인 부분도 작용한다. 특히 요리 종료 5분 전 베테랑 스포츠 캐스터 김성주가 현장으로 나가 생중계를 하면, 경기 종료를 앞두고 득점을 내기 위한 선수들의 치열함마저 비친다. 사실 김성주의 등장은 셰프들에겐 장애요소로 비치기도 한다. “이건 뭐냐”고 말을 시키고, 적나라하게 맛을 평가하면 셰프들의 안색도 흐려진다. 그럴 때엔 “말 시키지 마세요”(샘킴)라거나 “오지마 오지마”(김풍)를 말하는 경우도 있어 시청자들에겐 도리어 웃음을 준다.
이 같은 대결의 긴장감 이외에도 ‘냉장고를 부탁해’가 요리 시간을 15분으로 제한한 것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성 PD는 “사전조사가 있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아침을 거의 해먹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시간과 비용의 문제를 들었다. 오래 걸려 차려먹을 바엔 그냥 사먹겠다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는 것이다. 성 PD는 이 과정에서 ‘얼마의 시간을 투자하면 요리를 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10분~15분 사이라는 답을 도출했다”고 말했다. 특히 “누구라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간단 레시피가 나와야 하기 때문에 15분의 제한을 뒀다”고 말했다. 고작 15분을 투자해 “냉장고 속에 들어있는 친숙한 재료로 요리를 한다는 점이 시청자와 공감할 수 있는 재미포인트가 된 것 같다”는 것이 성 PD의 생각이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선 때문에 대결을 마친 이후 별을 가져간 승자의 레시피를 한 번 더 방송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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