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미국이 과거사 논란에 한중일 공동 책임론을 언급하면서 파장이 거세지고 있다.

과거사는 동북아 3개국 관계 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이자 국민정서에 극히 민감한 사안이다. 미국이 일본의 사죄가 아닌 3개국 공동 책임을 언급하면서 벌써부터 한국과 중국 내 반발이 거세다.

고위급 회의, 외교장관 회의, 나아가 3개국 정상회담 개최라는 관계 회복 로드맵을 구상한 정부도 부담이 커졌다. 미국의 발언이 오히려 관계회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이다.

동북아 과거사 문제를 두고 미국이 3개국 공동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한중일 3개국에 모두 책임이 있다며 이를 함께 극복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차관이 워싱턴DC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 세미나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민족감정이 여전히 악용될 수 있고 정치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건 어렵지 않다”며 “이 같은 도발은 진전이 아니라 마비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한국과 중국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내용 상 이들 국가가 일본의 과거사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는 동북아 과거사 논란과 관련, “이해는 되지만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필요하다는 기존 미국의 입장과 온도 차가 느껴진다. 특히 한중일 3국 정상의 방미 일정을 앞둔 시기에 이 같은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일본은 4월말, 중국은 9월께, 한국은 올해 중반께 각국 정상의 방미가 예정돼 있다.

과거사 문제를 극복하겠다는 미국의 의도와 달리 파장은 만만치 않다.

일본의 승전국인 미국과,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 간에 과거사에 대한 국민정서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선 서둘러 극복해야 할 과제일 수 있지만, 한국 입장에선 시간보단 진정성이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과거사와 관련,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본의 책임있는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우리 정부가 일관되게 내세우는 이유다.

한중일 3국이 과거사 논란과 별개로 관계 회복에 나서는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자칫 미국의 개입이 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3국 외교장관 회의를 준비하기 위한 고위급 회의가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오는 10~11일께 열릴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급 회의에 이어 3국 외교장관 회의가 서울에서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이 최종 확정되지 않았지만 21~22일이 유력하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중일 외교장관회의가 3국 정상회의로 연결되길 희망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전했다.

관계 회복에 나서는 민감한 시기에 오히려 미국의 발언은 부담될 수 있다. 과거사를 둘러싼 국민정서가 악화돼 관계 개선에 반발이 거셀 수 있다는 우려다. 아베 총리가 미 의회 연설에서 애매한 사과에 그칠 경우 이번 미국의 발언과 맞물려 자칫 미국이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반발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