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를 시작하며…
2050년 10%가 다문화 가정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배타성 ‘한핏줄’ 맹목적 신념 이젠 그만
‘틀림’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한국사회 톨레랑스 필요한때
“선생님 지금 장난하시는 거죠? 이렇게 완벽하게 불쌍한 새끼는 처음이라 재미있으신 거죠?”
17살 소년 도완득은 지독한 가난으로 인해 ‘등이 굽은 아버지’가 싫었다. 남에게 해코지 않고 평생 착하게만 살았던 아버지. 아버지를 원망하며 살았는데, 죽은 줄로만 알았던 엄마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더해 엄마가 필리핀 사람이란 걸 알게 되자 발악하듯 소리쳤다.
완득이의 삶은 단순히 소설ㆍ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다문화 사회는 우리 안으로 성큼 들어온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다.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은 공식 통계로 15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 2003년 67만여명에 불과하던 외국인은 10년 새 배 이상으로 불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2050년께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0%가 다문화 가정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결혼이민자, 혼인 귀화자는 26만7727명에 이른다. 또 초ㆍ중ㆍ고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 가정의 자녀는 4만6954명에 달한다. 교육부는 ‘2012 다문화 가정 학생 현황’ 보고를 통해 2020년에는 국내 청소년의 20%를 다문화 가정 출신이 차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는 여전히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배타성이 존재한다. 한 핏줄에 대한 맹목적 신념이 끊임없이 ‘그들’을 밀쳐내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은 한국의 인권상황을 고발하는 척도가 됐다. 국제엠네스티는 ‘2013년 연례 인권보고서’에서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불법체류자가 출입국사무소의 야간 단속을 피하려다 추락해 사망한 사건을 소개하며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한국에서 이주노동자가 차별과 착취, 저임금, 체불임금 등의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우려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결혼 이주여성이라고 한국에서 쉽게 적응하고 살지 못한다. 이주여성들은 상습적인 가정폭력에 노출돼 있다.
이주여성긴급센터에 따르면 이주여성의 가정폭력 상담은 2011년 6744건에서 지난해 8417건으로 급증했다. 신고나 상담을 통해 드러나지 않는 통계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땅의 ‘완득이’들이 처한 현실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5월엔 다문화 2세 소년이 주택가를 돌며 불을 지르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한국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A(당시 17세) 군은 ‘혼혈’이라는 이유만으로 ‘왕따’를 당하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 사회의 다문화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이런 사회에 ‘안티 다문화’가 있다면 파국을 면키 어렵다. 사회변화에 발 맞춰 우리 의식도 ‘다름’에 대한 거부감을 떨치고 다양성을 발전의 동력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헤럴드경제 취재팀은 다문화 사회를 가로막는 현실을 꼬집고, 갈등의 현장을 찾아 ‘바람직한 다문화 사회의 모습’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의 분석과 의견을 토대로 성숙한 다문화 사회를 위해 어떤 노력과 준비가 필요한지 조명해 본다.
김기훈 기자/
jym64@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