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영화마다 대박행진…‘7번방의 선물’ 류승룡
강아지눈 닮았단 말 듣고 출연 6살에 지능 멈춰선 중년남 열연 지적장애 롤모델 말투·표정 배워
차기작은 사극액션 해적왕役 ‘찜’ “난 늦게 핀 꽃…오래 연기하고파”
“극악한 캐릭터를 연기하는데도 제 표정 속에 ‘강아지 눈’이 있었다네요. 그래서 저에게 영화 출연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는 바로 응낙했죠.”
‘7번방의 선물’(23일 개봉 예정)을 연출한 이환경 감독은 ‘시크릿’ 속 냉혈한인 조폭 두목, ‘열혈남아’ 속 거친 깡패를 연기한 류승룡(43)에게서 ‘강아지 눈’을 보았다며 “당신 눈에는 숨길 수 없는 천진함이 깃들어 있다”고 ‘7번방의 선물’을 제안했다. 이 영화는 6살쯤에 지능이 멈췄지만 세상 그 누구보다도 맑고 순수한 심성을 가진 중년 남자가 아동 성폭행 및 살인범으로 몰려 어린 딸과 가슴 아픈 이별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믹 휴먼 드라마다. 영화 속에서 선악을 넘나들고, 주ㆍ조연을 오가며 늘 강렬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을 보여줬던 류승룡에겐 딸밖에는 모르는 ‘바보아빠’ 역할은 ‘도전’이었다. 그의 영화 경력에서 이렇듯 ‘착한 영화’도 드물었다. “배우로서 류승룡에 대한 고정관념과 제가 잘 해오던 것에서 안주하고픈 마음을 버려야 했다”고 말했다.
“망망대해에 버려진 기분이랄까. 제 짧은 지식과 연륜, 경험으로만 한다면 흉내내기에만 그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신발달지체인이 대개 과장되고 희화화돼 표현되기 일쑤죠. 그래서 롤모델을 찾았습니다. 일산의 빵공장에서 일하시던 분과 나흘간 하루 4시간씩 붙어지내며 어투나 표정, 심성, 태도 등을 배웠습니다.”
‘7번방의 선물’까지 류승룡은 최근 배우로서 ‘아우토반’을 달려왔다. ‘고지전’과 ‘최종병기 활’ ‘내 아내의 모든 것’ ‘광해’까지 2년간 출연작마다 ‘펑펑 터졌다’. 흥행과 함께 연기에 대한 비평적, 대중적 찬사도 잇따랐다. 한국영화계에선 ‘대세’라는 별칭이 붙었고, 개인적으로는 오랜 무명과 단ㆍ조역을 뒤로 한 ‘전성기’라 할 만했다. 그리고 ‘7번방의 선물’은 첫 ‘원 톱’(주인공 1명이 드라마를 이끌고 가는 형식) 주연작이다. 악랄했던 깡패나 카리스마 넘치는 형사, 여심을 쥐락펴락 능수능란한 바람둥이, 궁중 속의 근엄한 영의정이었던 류승룡이 ‘딸바보’ 아빠로 보여주는 파격과 변신의 재미가 좋다. 모처럼 류승룡의 가족들도 마음 편히 볼 만한 작품이지만, 걱정은 딴 데 있다.
“아들 둘인데, 아홉 살, 여섯 살이 됐거든요. 그런데 케이블TV에서 제 출연작만 방영하면 둘째가 대성통곡을 하는 거예요. 아빠 죽지 말라고요. ‘고지전’ ‘평양성’ ‘최종병기 활’에서 극중 최후를 맞잖아요. 총 맞고 죽고, 칼 맞고 죽고, 활 맞고 죽고. 이번에도 제가 맞는 장면이 많아서 어떻게 볼지 모르겠네요. 하하.”
‘배우의 가족’은 특별한 눈으로 작품을 본다. 류승룡은 무명의 연극배우 시절 5년간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의 멤버로 무대에 섰다. 그때 공연을 보자마자 부모님은 때 아닌 ‘눈물바람’이셨다. “우리 아들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며 말이다. 류승룡은 “‘난타’ 보고 운 관객은 우리 부모님밖에는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일흔 넘은 류승룡의 아버지는 40대의 아들에게 장문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하루가 멀다 하고 보내며 늘 끝에는 “사랑해, 아들”과 하트 이모티콘을 잊지 않는다. 류승룡의 ‘강아지 눈’은 다정다감한 아버지로부터 대물림했을지도 모르겠다.
류승룡은 “나는 늦게 핀 꽃”이라며 “인성도 부족했던 내가 너무 일찍 폈으면 너무 일찍 시들어 말라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기분으로 오랫동안 긴 호흡으로 연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차기작은 ‘최종병기 활’의 김한민 감독과 다시 만난 사극액션 ‘명량-회오리바다’다. 이순신(최민식 분)과 대적하는 일본의 해적왕 역할을 맡았다.
이형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