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 아직은 봄샘바람이 제법 매서운 3월 26일 부산항의 아침. 북항 세관부두 선착장엔 간밤의 거친 파도와 싸우며 24시간 해상 감시업무를 마친 세관 감시정(監視艇) ‘장기빈호’가 잠시 안식을 누리고 있다. 매끄러운 선체는 물결에 반사된 햇빛에 노출돼 세련미를 풍겼다.
방금 교대를 마친 새 승무원들이 배에 오르자 ‘장기빈호’는 또다시 날렵하게 물살을 갈랐다. 바다 위에선 밤새 부산항을 찾은 세계 각국의 선박들이 입항을 위한 절차에 분주하다. 스쳐지나가는 외국 선박들의 움직임에 승무원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고정됐다. 배에서 내리고 싣는 모든 것들이 승무원들의 감시 대상이다.
항구의 모든 선박을 대상으로 365일 밤낮없이 진행되는 해상밀수 감시현장. 바다 위의 관세국경을 지키는 장기빈호에는 권대선(50세) 정장과 세명의 세관원들이 탑승해 있다.
이들이 수행하는 임무는 국내 최대 무역항인 부산항의 관문을 지키는 일. 장기빈호는 부산항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불법 밀수를 단속하고, 무역선들에 대한 각종 입출항 절차를 수행하는 관세국경의 ‘수호선’인 셈이다.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를 바다 위의 열악한 근무환경이라 이들에겐 한치의 실수도 허락되지 않는 듯 보였다. 얼마후 거대한 외국선박 옆으로 접근한 장기빈호에서 세관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파도가 제법 일렁이고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선박으로 옮겨탔다. 감시 대상인 선박을 검사하고 신속한 입항수속을 위해서다.
“장기빈호의 취항으로 해상감시 업무의 기동성이 한층 좋아졌습니다. 접근이 어려운 곳까지 신속히 다가가 감시업무를 수행하고 외국인들에게 처음 비쳐진 우리나라의 이미지도 새로워졌습니다.” 최신형 감시정 장기빈호의 책임을 맡게된 것을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권 정장이다.
장기빈호는 관세청 소속 부산세관 감시정으로써 지난해 12월말 관세청 독자 설계로 건조된 요트형 감시정이다. 알루미늄보다 가볍고 철보다 강한 차세대강화플라스틱(FRP)을 채택해 내구성과 민첩성을 높인 저비용 고효율의 스마트 선박으로 불린다.
함정 규모는 30t급, 최고속력 30노트, 시속 56㎞까지 달릴 수 있다. 프로펠라가 없는 대신 해수를 흡입하여 분사시켜 선박을 추진시키는 장치인 워터제트 추진기(1014마력) 2기를 탑재하고 있다. 또한 고성능 레이더와 자동항법장치, 선박자동식별장치, 고성능 폐쇄회로TV 카메라 등 첨단장비를 모두 갖추고 의심 선박들을 감시하고 있다.
접근할 수 있는 해역도 넓어졌다. 어망이나 양식어구가 많아 기존 감시선으론 다가갈 수 없었던 곳까지 접근해 감시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강화플라스틱으로 건조돼 선체가 가볍고 프로펠러가 없다는 장점 때문이다. 이러한 장점뿐만 아니라 해상기동력도 크게 향상됐다. 시속 56km에 달하는 기동성을 살려 밀수를 비롯한 불법무역행위 단속과 해상면세유 부정유출 차단에도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장기빈호가 상대하는 배는 주로 외국 선적의 대형 무역선들이다. 수천톤에 달하는 무역선들을 대상으로 입ㆍ출항 수속, 테러 등 우범국가 경유선박 정밀검색, 선용품 적ㆍ하역 확인, 하선자 호송, 정박지선박 검역지원 및 출입국관리사무소 업무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선박속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24시간 근무하며, 감시능력을 최대화하기 위해선 승무원간의 협력 분위기도 매우 중요하다.
“자긍심도 큽니다. 사명감을 가지고 업무를 성실히 수행함으로써 국민의 귀중한 생명과 재산, 그리고 국가경제의 안전지킴이 역할을 끊임없이 수행해 나갈 것입니다” 밤새 감시임무를 수행하고 세관부두로 돌아온 권 정장은 다부진 어투로 관세국경의 안전을 책임질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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