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상승세속 인생성찰 통한 위안·치유 ‘아무르’‘…킹덤’ 등 입소문에 꾸준한 인기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였습니다. 비단 주인공 부부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라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누구에게나 펼쳐질 수 있는 일이기에 더 먹먹하게 느껴졌어요. 사랑과 인생, 나이듦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도록 이끄는 영화입니다.”
“너무 아름다운 영화” “행복을 미루지 말자. 우리는 죽어간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영화 섹션에 관객이 남긴 영화 ‘아무르’의 평이다.
이 작품은 지난해 12월 19일 개봉해 18일까지 7만3866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동원하며 올해 ‘다양성 영화’ 흥행 순위 1위에 올랐다. 개봉 이후 상영관은 전국 30개를 넘지 않았지만, 관객의 관람 열기는 뜨거웠다.
‘아무르’〈사진〉는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작품으로 평생을 서로에 대한 존경과 배려 속에 살아온 두 부부의 마지막을 그렸다.
전국 수백개 상영관에서 개봉하고 수백만명을 동원하는 영화가 잇따르는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시대, 대작의 틈바구니에서 작은 영화가 관객에게 위안과 치유를 전해주는 ‘힐링 무비’로서 존재감을 발하고 있다.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담거나 경쟁과 속도, 갈등과 폭력의 시대를 반성하고 감싸안는 작품이다. 상영관 수가 적게는 단관에서 많아야 수십개에 불과한 ‘낮고 작은 목소리’의 영화지만, ‘힐링’의 울림만은 여운이 길고 강렬하다.
올 들어 다양성 영화에선 말 그대로 다양한 색깔의 작품이 기존의 대규모 상업영화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한 관객의 취향과 만났다. 1999년 작인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가 재개봉해 중장년 관객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었고,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주목받은 ‘문라이즈 킹덤’과 ‘더 헌트’도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었다.
‘문라이즈 킹덤’은 1960년대 미국의 한 섬마을을 배경으로, 여느 아이들과 조금 다른 생각과 행동 때문에 ‘문제아’로 찍힌 두 소년 소녀의 자유를 향한 여정을 그렸다.
덴마크 영화 ‘더 헌트’는 거짓말이 부른 ‘마녀사냥’으로 고통받는 한 중년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사회의 편견과 군중의 폭력을 성찰하는 작품이다.
한국영화로는 무엇보다 대규모 투자배급사가 기획한 상업영화가 놓치고 외면한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진실을 찾아가는 작품이 돋보인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 4ㆍ3사건을 그린 ‘지슬’이 제주로부터 흥행바람을 시작했고, 재일동포 양영희 감독의 ‘가족의 나라’도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엔 용산참사의 알려지지 않은 기록과 진실을 영화 속에 담아낸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을 비롯해 ‘피에타’ ‘남영동 1985’ ‘말하는 건축가’ ‘달팽이의 별’이 한국영화의 외연과 깊이를 더했다.
이형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