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류정일 기자]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의 엔진’으로 주목받아온 미래창조과학부가 진통 끝에 출범하게 됐지만 기존 방통위, 지경부, 행안부, 문화부 등에 산재된 ICT 관련 업무를 넘겨받지 못하면서 ICT 중흥을 제대로 이룰지 우려를 낳고 있다.

외형상으로는 과거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한데 모아 800여명 규모 인력의 다섯번째로 큰 부처로 재탄생한다는 큰 그림이지만 주파수 정책 분리 등 우려했던 방안들이 확정되면서 급변하는 ICT 트렌드를 제대로 반영한 것이냐는 데 벌써부터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여야간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방송 정책과 관련, 미래부와 방통위의 어정쩡한 동거는 불가피하게 됐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인터넷TV(IPTV), 위성방송 등 뉴미디어 분야는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지만 미래부 장관이 뉴미디어 관련 허가ㆍ재허가를 하거나 법안을 제정ㆍ개정할 때는 방통위에서 사전 동의를 받도록 했다.

미래부는 또 방송정책, 방송채널정책은 물론, 방송광고정책, 편성평가정책, 방송진흥기획 등 현 방통위의 방송통신융합정책실의 대부분 업무를 그대로 남겨두게 됐다. 미래부가 방송과의 융합정책에 관해 한계에 부딪힐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여기에 통신용 주파수는 미래부가, 방송용 주파수는 방통위가 관리한다. 신규ㆍ회수 주파수의 분배ㆍ재배치 심의는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중립적인 주파수심의위원회가 맡는다.

이미 학계과 업계를 중심으로 “융합환경에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주파수 정책 분리로는 ICT 산업의 미래는 없다”는 주장이 잇따랐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을 역임한 임주환 고려대 객원교수는 “국가의 자원인 전파를 놓고 정쟁을 벌이며 여야가 국가의 이익을 내쳤다”고 비난했다.

통신, 방송, 위성 통신, 군 통신, 컴퓨터의 블루투스 등 사회 곳곳의 혈맥과도 같은 주파수를 나눠서 관리하다보면 신기술 개발과 효율적인 재배치 등이 부처간 이기주의에 짓눌려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 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미 국내에서도 IPTV와 위성 방송 등을 통해 방송통신 융합추세는 현실화된 상태다. 가입자 700만명에 육박하는 IPTV는 시청자에게 도달하기까지 통신망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방통융합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KT스카이라이프가 도입을 추진중인 접시 안테나가 필요없는 위성방송도 방송과 통신의 영역을 넘나든다.

즉, 주파수는 특성상 통신용과 방송용으로 구분하기 어렵고 필요에 따라 전환이 자유로워야 하는데 개발, 관리, 분배 업무가 삼중의 옥상옥 구조로 이뤄짐에 따라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송용과 통신용으로 주파수를 나눠 관리하던 국가들도 방송통신 융합추세에 따라 통합관리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는데 시대역행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지난 2003년 오프콤(Ofcom)을 설립, 주파수를 통합ㆍ관리하고 있고 호주도 2005년 통신미디어청을 세워 통신청과 방송청이 따로 관리하던 주파수를 통합관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합의가 융합형 신산업 창출에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방송진흥정책 중 일부가 방송통신위원회에 남았고 1900억원 규모의 방송통신발전기금도 미래부와 방통위가 공동으로 운영해야 한다. 방송시장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고 정책과 방송콘텐츠 육성의 가장 중요한 수단인 프로그램 편성 정책도 방통위가 가져갔다.

ICT 융합 산업의 한 축인 항공, 자동차, 선박 등 제조업에 활용되는 임베디드(내장형) SW를 비롯해 정보통신 표준화 부문, e-러닝을 포함한 지식서비스, 정보보안산업, 휴대용 기기 관련 업무는 산업통산자원부에 그대로 남게 된다. 대부분의 전자정부 업무와 정부통합전산센터 업무는 안정행정부에 남고 융합형 인력 양성을 위한 산학협력은 교육부가 맡는다.

부처간 업무 분장이 복잡해지면서 관련 산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예컨대 IPTV 업체가 셋톱박스에 융합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임베디드 SW에 대한 협력을 위해 산업통산자원부를 찾아야 하고 채널 관련 규제를 받기 위해서는 방통위를, 결합상품 등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미래부를 찾아야 하는 트릴레마에 빠질 처지다.

ICT 업계 한 관계자는 “이건 누가 봐도 가르마를 잘 못 탄 모양새”라며 “융합기술을 진전시켜 새로운 상품, 서비스 개발을 위해 전진해야 할 중대한 시점에 불필요한 규제와 경쟁만 조장하게 될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