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프랑스)=김대연 기자]“전기차를 골프 카트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주행성능과 정숙성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상당히 탁월하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은 지난주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서 다시 한번 전기차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충전 시설등 인프라가 부족하고, 소비자들이 아직 구매를 망설이고 있으나 성장 잠재력 만큼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실제 르노자동차는 오는 2020년까지 150만대 규모의 전기차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10% 점유율 달성을 선언한 바 있다. 이달 중으로는 1회 충전으로 최대 150㎞를 달리는 5인승 전기차 조에(ZOE)를 프랑스 시장에 출시한다.

프랑스 역시 전기차의 미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지만, 르노자동차는 조에를 비롯한 플루언스, 캉구, 트위지 등 4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바탕으로 도심 한가운데 전기차 시승이 가능한 Z.E.(Zero Emission) 센터를 운영하고, 전기차 셰어링 서비스 ‘트위지 웨이’를 가동 중이며, 수퍼마켓 체인점과 파트너십 계약을 통해 충전 인프라도 확충하는 등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전기차 타보니...힘과 정숙성 탁월해=파리 남서쪽 블론뉴 지역 센 강 한가운데 있는 스갱(Segui) 아일랜드에 위치한 르노자동차 Z.E. 센터. 과거 르노의 공장이 있던 이곳은 현재 전기차 시험장으로 운용되고 있다. 르노자동차는 지난 4일(현지 시간) 이곳 시험장을 국내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별도의 충전 시설이 필요한 조에를 제외한 3종의 전기차들은 가정용 120~220V 전원에 연결해 3시간 30분이면 충전이 끝났다. 파리시내의 경우 약 200여 곳에 충전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유지비도 저렴해 1년 주행(7500㎞ 기준)시 유지비가 보험료, 연료비 등을 모두 포함해도 스쿠터 보다 650유로 더 싸다. 연료비 자체가 1회 충전시 1유로에 불과하다. 차량 구매시 값비싼 배터리 가격을 빼주고, 대신 렌탈료를 월 50유료씩 낸다.

오는 10월 국내에도 출시되는 SM3 기반 전기차 플루언스는 에어컨을 모두 켜고도 탄탄한 가속력을 보였다. 시속 80㎞까지는 순식간에 속도가 붙었고 희미하게 들리는 타이어 마찰음과 바람소리를 빼면 차가 움직이는 것도 모를 정도로 소음이 거의 없었다. 다만 트위지의 경우엔 브레이크와 운전대에 유압을 사용하지 않아 조작하는데 다소 힘이 들어갔다. 소음도 승용차 기반의 전기차 보다는 컸다. 하지만 차값이 1000만원 남짓인데다 좁은 골목도 다닐 수 있어 활용도가 높아 보였다.

▶트위지 기반 전기차 셰어링 서비스 인기= 르노는 지난해 6월 부터 파리 남서쪽 25㎞ 떨어진 쌩깡땡(Saint Quentin) 지역에서 2인승 전기차 트위지 50대를 동원해 전기차 셰어링 서비스를 시행중이다. 7만5000명이 거주하고 기차역 2곳과 대학 1곳이 있는 이곳은 트위지를 위한 간이 주차장이 도로 곳곳에 마련돼 있었다.

전기차 셰어링을 이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트위지 숍에 가서 15유로와 면허증을 내고 등록증을 작성하면 평생회원이 될 수 있다. 외국인들도 등록이 가능하다. 가입 후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트위지를 지도에서 찾아 예약하면 된다. 이용료는 1분에 29센트(정차시 20센트). 주행 중 배터리 충전율이 20% 이하로 내려가면 안내 멘트가 나오며, 차량을 다 쓴 뒤에는 인근 주차장에 세워 두면 된다. 모든 차량의 배터리 상태는 실시간 모니터되며, 배터리가 떨어진 차량은 조커로 불리는 담당자가 충전이 가득된 차량과 맞바꾼 뒤 충전소로 가져간다. 트위지는 최고속도 45㎞/h, 80㎞/h 두 종이 있으나 이 지역에선 면허증이 반드시 필요한 최고 속도 80㎞/h 트위지만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전기차 셰어링 서비스를 이용중인 회원은 550명이다. 패키 코린 트위지웨이 프로젝트 매니저는 “연말까지 200대의 트위지를 운용할 것”이라며 “다른 도시로도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판매 비중은 0.62%, 佛도 갈 길은 멀어= 물론 프랑스에서도 전기차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존재했다. 1회 충전으로 조에는 100~150㎞, 트위지는 50~80㎞ 밖에 갈 수가 없다. 그렇다고 공용 충전소도 많지 않다. 유럽에서 진행된 앙케이트 결과 유럽인의 90%가 하루 60㎞ 미만의 거리를 차량으로 이용한다고 하지만 짧은 항속거리에 따른 심리적 불안감을 떨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실제 프랑스에서 규모가 가장 큰 파리 남쪽 프렌(Fresnes) 지역의 르노 딜러숍의 경우 지난해 1600대의 차량을 팔았으나 전기차 모델은 10대(0.62%)에 불과했다.

그나마 프랑스는 정부의 지원으로 전기차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조에는 7000유로의 정부 지원을 받아 소형차 클리오와 비슷한 1만3000유로에 구매할 수 있었다. 르노측은 올해 프랑스에서 2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오는 2020년까지 전기차 시장규모가 전체 시장의 10%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베아트리체 푸셰 르노자동차 EV프로그램 총괄 부사장은 “처음 시작이라 판매가 조금 느리고 인프라가 부족하다”면서도 “EV가 처음 시작하는 세그먼트 아니냐. 구매한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고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전기차로 갈 수 밖에 없어 성공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대연 기자/sonamu@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