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의 함성과 함께 타석에 선 고릴라의 털이 어지러히 바람에 날린다. 투수가 던진 공을 받아 친 뒤 쿵쾅쿵쾅 뛰어가는 고릴라의 꿈틀대는 육중한 근육은 중력과 속도를 객석에 그대로 전달한다. 고릴라가 뛰는 발걸음을 따라 그라운드의 먼지가 풀풀 일고, 잔디 잎새 하나 하나가 누웠다 일어났다. ‘아바타’의 매끈한 파란 피부보다 덥수룩한 털로 뒤덮여 실룩거리는 ‘미스터 고’의 몸이 훨씬 사실적이다. 제작기와 함께 공개된 야구하는 고릴라, ‘미스터 고’의 외양은 일단 ‘아바타’에 필적할만했다.
실물보다 더 실물같은 디지털 캐릭터, ‘미스터 고’가 한국의 ‘아바타’가 될까?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의 김용화 감독 신작 ‘미스터 고’가 오는 7월 개봉을 앞두고 지난 16일 경기 파주의 VFX(Visual effects, 특수 시각 효과)회사 덱스터 디지털의 스튜디오에서 3D입체영상 및 디지털 캐릭터 제작과정이 국내 취재진에게 처음 공개됐다.
김 감독은 “4년전 8명의 스탭과 함께 전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도전에 나서 지금은 180명에 이르는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영화의 꿈에 도전하고 있다”며 고유의 프로그램 개발에서 촬영, 영상제작, 기술혁신에 이르기까지의 고투를 전했다. 김 감독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3D로 촬영하고, 우리 독자적인 기술로 (실물없는) 가상의 디지털 캐릭터를 완성했다, 전세계 어디서도 보지 못한 리얼한 입체영상과 생생한 ‘크리처’를 보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VFX 총괄 수퍼바이저인 정성진 감독은 고릴라의 표정에서 손가락의 주름과 지문, 걷고 뛰고 엎어지는 움직임, 빛과 물ㆍ불ㆍ바람ㆍ먼지ㆍ중력에 따른 영상의 변화 등 작업의 개요를 설명하고, “3~4년간의 R&D를 거쳐 할리우드보다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시스템과 기술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덱스터 디지털은 김용화 감독이 ‘미스터 고’의 VFX 제작을 위해 설립한 회사로, ‘스타워즈’로 세계적인 업체가 된 조지 루카스 감독의 ILM이나 ‘반지의 제왕’ 피터 잭슨의 웨타 디지털을 모델로 했다.
‘미스터 고’는 허영만 화백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중국 서커스단의 고릴라 ‘링링’이 자신의 유일한 보호자인 소녀 웨이웨이(수 지아오 분)를 따라 한국에 온 뒤, 프로야구단에 입단해 괴력과 천부적인 감각으로 선풍을 일으킨다는 내용을 담았다. 순제작비 225억원이 들었으며 이 중 120억원이 VFX에 투입됐다. 중국의 메이저영화사인 화이브라이더스가 500만달러를 투자해 중국 내 최소 5000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개봉을 보장받은 한ㆍ중합작영화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