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한국은 사업여건이 대기업 위주로 기울어져 있다. 벤처에 대한 정부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원자현미경 제조업체인 파크시스템스를 이끌고 있는 박상일(55) 사장는 스스로의 전적을 ‘2타수 2안타’로 표현했다. 박 사장는 미국 실리콘벨리와 한국 두 나라에서 벤처를 창업, 모두 성공적으로 이끈 실리콘벨리 ‘벤처 신화’의 주역. 그가 만드는 원자현미경은 원자간의 상호 작용력을 측정해 시료표면의 형상을 알아내는 장치로 시료의 나노미터(nm)단위 측정까지 가능하다.
박 사장의 이력은 독특하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포드대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그는 스탠포드 퀘이트(C. Quate) 교수 연구실에서 그의 인생을 바꾼 원자현미경(AFM) 개발 프로젝트에 합류한다. 그리고 1988년 연구실에서 개발한 AFM을 상업화, 미국 실리콘벨리에서 최초의 AFM 회사 PSI를 만들기에 이른다. “원자 현미경 기술을 그냥 논문만 쓰고 말 것이 아니라 세상에 빛을 보게 하자라고 결심했다”
창업을 만류하는 이들도 있었다. “학벌이 좋은데 왜 굳이 사업을 하냐?”라며 그의 결심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의 답은 ‘문화 차이’다. 박 사장는 “실리콘 벨리는 기업가 정신이 충만하다. 누구나 사업의 기회가 있으면 사업을 하려고 한다”며 “탑 클래스 인재들은 벤처기업을 창업하거나 벤처기업으로 간다. 문화와 가치관, 분위기의 차이다”고 밝혔다.
박 사장는 1997년 한국에서 두번째 창업을 했다. 당시 그가 만든 PSIA는 2007년에 파크시스템스로 회사 명칭을 변경, 현재 연매출 180억원(2012년 기준)의 유수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과학 및 의학시스템 최첨단 기술 업체인 일본의 히타치 하이테크놀로지(Hitachi High-Technologies)와 판매 대행 계약을 체결, 일본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벤처세계를 몸소 체험한 그에게 한국의 ‘벤처생태계’는 여전히 척박하다. 중소기업의 ‘손톱 밑 가시’를 뽑아줘야 한다며 정치권이 내놓은 대안들도 결국은 ‘단기처방’이라는 것이 박 사장의 설명이다. “벤처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그는 중소기업 성장을 돕기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로 현재의 ‘스톡옵션 제도’과 ‘기술료 제도’를 꼽았다.
박 사장가 생각하는 성공적인 벤처 창업의 우선 조건은 바로 ‘우수한 인재’다. 스톡옵션은 벤처기업들이 우수한 인재를 유인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제도라는 것이 그의 설명. 하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회사에서 스톡옵션을 주면 상응하는 주식보상비용을 반영하게 돼 있고,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근로소득세에 해당하는 돈까지 내야한다. 박 사장는 “미국은 스톡옵션을 받은 사람이 행사를 하지 않고 주식이 상장되고 매각되면 행사에서 차익만 받으면 된다. 하지만 한국은 주식보상 비용이 있고 해가 될 수록 누적된다”며 “거기에 세금까지 내야하는데 ‘비싼 주식을 싸게 샀으니 이득에는 세금을 내야한다’는 논리는 스톡옵션을 주지 말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가에서 지원받은 R&D 프로젝트가 ‘성공’ 할 시 내야하는 ‘기술료’도 회사에게 부담이다. 프로젝트에 성공과 ‘수익 창출’은 별개의 문제기 때문. 과거 지원비의 20~40%에 달했던 기술료는 현재 10~20%(중소기업 기준)까지 내렸다. 하지만 프로젝트 진행 시에 지출한 인건비와 관리비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부당한 면이 더 많다. 박 사장는 “프로젝트가 성공했다고 해서 그 제품이 제대로 팔릴 것이냐는 별개의 문제다. 10개 개발하면 그 중 성공적으로 팔려서 손익분기점을 넘는 것은 하나 될까 말까다”며 “기업체는 기술료를 내야하고 적자를 계속봐야하는 이중고를 겪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