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데뷔 앨범 ‘나방의 꿈’의 타이틀곡 ‘내 여자라니까’로 전국의 누나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가수 이승기. 가수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던 그는 연기에도 조금씩 눈을 돌리고 있었다.
2006년 ‘소문난 칠공주’를 비롯해 ‘찬란한 유산’,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등을 통해 연기자로서도 인정을 받았다. 그동안 ‘해피선데이-1박 2일’, ‘강심장’ 등 예능에서도 활약하는 등 멀티테이너로서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배우 하지원과 호흡을 맞췄던 ‘더킹 투하츠’는 방송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아왔다. 하지만 시청률 면에 있어서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그가 ‘구가의 서’로 다시 한 번 안방극장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팬들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작품에 중심축을 담당하는 배우들이 젊은 것도 한 몫 했다.
하지만 ‘구가의 서’는 모두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당당히 월화극 정상을 이어오는 등 모두가 만족할 만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이승기는 지난 6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구가의 서’ 종영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날 오전 네 시까지 마지막 촬영을 하느라 다소 피곤해 보였지만 취재진들의 물음에 성실히 답했다.
그는 이날 ‘구가의 서’ 결말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함구했다. 이날 함께 인터뷰를 진행한 수지도 마찬가지였다. 감독을 비롯한 ‘구가의 서’ 팀 전체의 약속이었다고.
“잘 끝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했으면 아마 사람 잡았을거에요. 몸은 힘들었는데 확실히 이 드라마가 최강치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펼쳐지니까 그 안에서 많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지 몰라도 애착이 많이 갔던 드라마였어요.”
첫 사극이라 긴장도 많이 했다. 여기에 자신보다 어린 연기자들이 많았기에 선배로서 책임감도 무거웠다. 하지만 그는 후배, 동생들을 잘 다독여가며 극을 끝까지 이끌었다.
“이번 작품을 끝내놓고는 연기를 좀 더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처음으로 ‘진짜’ 주연을 해본 것 같거든요. 이전까지는 선배들에게 의지하는 면이 많았는데, 이번 현장은 수지를 도와주면서 선배들과 앙상블을 맞추는 조율을 하는 등 책임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느끼는 내공과 탄탄함이 쌓인 게 가장 큰 성과인 것 같아요. 진짜 주인공을 한 느낌이에요.”
반인반수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소화함에 있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바로 분장이었다. 한 번 신수로 변하는 데 있어서 장장 세 시간이 넘게 걸리기 때문이다.
“‘꽃 신수’에요, 꽃 신수. 기본적으로 메이크업도 많이 하는데다 손톱까지 붙이면 진짜 화장실도 혼자 못간다니까요.(웃음) 이제와서 하는 소리지만 10회가 좀 지나고 작가님에게 ‘이제는 레벨 업도 했으니까 좀 떼면 안 되겠느냐’라고 부탁했었어요. 그래도 신수일 때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에요. CG로 처리하기도 힘들고 메이크업-연기 두 가지로만 시청자들을 이해 시켰어야 했으니까요.”
‘구가의 서’의 백미 중 하나는 바로 최강치(이승기 분)와 담여울(수지 분)의 달달하고 애틋한 사랑이다. 이들의 로맨스가 그려질 때는 항상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그 관심을 입증했다.
“‘나쁜손’에 대한 반응을 예상하긴 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순식간에 포털 사이트 3사 1위를 해봤거든요. 정말 데뷔 이후로 간만에 욕을 한꺼번에 먹은 것 같아요. 작가님께서 ‘장렬한 희생 고맙다’고 문자를 보내 주셨어요. 하하.”
‘국민 첫사랑’에서 이제는 당당한 연기돌로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수지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아무래도 수지가 후배이고 하니까 연기를 함에 있어서 좀 더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많은 이야기를 나눴기에 망설임도 적었던 것 같아요.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이런 작업들이 진짜 연기 합을 맞추는 거라고 생각해요. 담여울이라는 캐릭터는 수지가 하니까 정말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정말 잘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어요.”
다방면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그에게 부담감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명쾌한 답변으로 이러한 주변의 우려를 단번에 날려줬다.
“분야는 다를 수 있지만 대중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본질은 하나인 것 같아요. 때문에 가수-연기자-예능인 등이 모두 연결이 돼 있다고 생각해요. 훨씬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제 삶에서 음악과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많아요. 음악은 끝까지 지켜야죠.(웃음)”
이승기는 올해 안에 가수로서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전했다. 그는 지금 당장 가장 하고 싶은 일로 자는 것을 손꼽았다. 촬영의 여파가 아직 남았던 터라.
“근교나 해외로 여행을 가고 싶은데 안 될 것 같아요. 그동안 머리를 자를 수 없어서 미뤄놨던 스케줄도 해야 할 것 같아요. 예능 제안을 받긴 하는데 아직 결정된 건 없어요. 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내 안에 있는 신선한 것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기존과는 다른 것이었으면 좋겠어요. 일단은 좀 쉬고 싶어요.(웃음)”
전보다 부쩍 성장한 이승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 그이기에, 앞으로 그가 선보일 다양한 모습에 기대를 걸어본다.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