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區와 협의 의무사항 아니다” 강남구 공개질의 답변 거부 기존 민영개발 고수 첨예 대립 주민간 갈등 재연 조짐도

서울에서 마지막 남은 최대 노른자위인 구룡마을 개발 방식을 놓고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강남구가 공개질의서 답변을 거부한 서울시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키로 하자 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과정에서 입안권자와 꼭 협의할 필요는 없다”며 맞섰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기존 수용ㆍ사용방식에 환지방식을 18%(5만4000㎡)가량 적용한 혼용방식으로 구룡마을을 개발하겠다고 밝혔지만 강남구는 공영개발의 원칙을 살려 100% 수용ㆍ사용방식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용ㆍ사용방식은 부지 개발 후 토지를 모두 수용하고 나서 소유주에 돈으로 보상하는 것이며, 환지방식은 소유주가 개발 비용 일부를 내는 대신 일정 규모의 땅을 받아 본인 의사에 따라 개발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SH공사의 채무가 심각해 개발 비용을 절감하고 분양가를 낮추려면 환지방식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강남구는 환지방식이 끼면 개발이익이 사유화되고 외부 투기세력 개입 가능성이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18일 서울시와 강남구에 따르면 서울시는 구청과 논의 없이 환지방식을 도입했다며 강남구가 지난 4월 23일 제출한 공개질의서에 대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과정에서 입안권자(강남구청장)와 충분히 협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반드시 거쳐야 할 사항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통보했다.

이어 작년 5월 1차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결과를 구에 통보했고 이에 대해 구가 6일 뒤 의견을 밝혀온 만큼 논의 과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라면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구의 주장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민 재공람을 하지 않은 것이 절차 위반이라는 강남구의 지적에 대해서도 “이 사안은 재공람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며 재공람이 의무사항도 아니다”며 “구와 함께 운영 중인 정책협의체에 조속히 참여해달라”고 촉구했다.

시 관계자는 “이번 답변서는 시가 강남구에 하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이라며 “강남구가 성실히 협의에 임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이번 답변서에서 시 측은 대규모 토지를 매수한 토지주의 비리나 로비에 대한 질의에는 답도 하지 않아 재차 공개질의를 할 것”이라며 “환지방식을 끼고 논의하는 이상 정책협의체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양측의 갈등이 1년째 계속되면서 2016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한 구룡마을 개발일정 자체가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구룡마을 주민들은 서울시와 강남구청 측으로 나뉘어 공영개발과 민영개발을 주장하는 등 매듭됐던 주민 간 갈등이 다시 재연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은 “박 시장이 ‘7조 채무 감축’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갈등을 야기시키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또 다른 주민은 “강남구가 주민 공람공고까지 마친 구역지정 제안서를 서울시에 접수조차 하지 않은 책임을 지라”며 강남구의 행정과실을 꼬집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현장시장실 행보를 계속하며 자치구를 돌고 있지만 갈등이 심각한 강남구는 아직 방문계획이 없다. 강남구는 ‘넝마공동체’ 주민들의 인권침해 논란, KTX 수서역세권 복합개발 그린벨트(GB) 해제 시기, 영유아보육예산 문제, 구 직원의 박원순 시장 검찰 고소 등 최근 서울시와 충돌이 잦았다.

황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