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노후준비에 몇 억이 필요합니까?”
노후설계 전문가들이 많이 받는 난감한 질문 중 하나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살지, 병원비가 어느 정도 들지, 자녀에게 얼마나 돈이 들어갈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반면 남은 평생 동안 걱정 없을 만큼 돈을 벌어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100세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노후설계 전문가들은 현직에 있을 때부터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국민연금ㆍ퇴직연금ㆍ개인연금 등 ‘3층 연금’에 가입해 최저생계비를 확보하라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은퇴설계연구소에 따르면 3층 연금에 모두 가입했을 때 월평균 예상수입은 152만원으로, 노후 최저생활비 117만원(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정도는 커버할 수 있다.
개인연금은 은행, 보험, 자산운용사의 연금저축신탁, 연금저축보험, 연금저축펀드 등으로 나뉜다. 현재 연금저축신탁이나 연금저축보험 등 원금 보장 상품으로 쏠림 현상이 심하지만 저금리 기조를 감안하면 투자 상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기영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노후에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워낙 금리가 낮은 상황이고 올해 신(新)연금저축 도입으로 혜택이 많아져 장기적으로 볼 때 펀드 등 투자상품이 유망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직에 있을 때 3층 연금에 미처 가입하지 못했고, 가진 것이 부동산뿐이라면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집을 담보로 평생 동안 생활비를 연금 방식으로 받는 것이다.
양은희 한국투자증권 은퇴설계연구소 연구위원은 “사망 시 주택처분 가격이 그동안 받은 연금액보다 적어도 부족분은 정부가 부담한다”며 “주택연금으로 집값 하락 위험을 헤지할 수 있고 재산세 감면 등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강창희 미래와금융연구포럼 대표는 “집을 물려받겠다고 주택연금을 반대하는 자식들도 있지만 부모가 100살에 죽을 때 집 한 채 물려주면 자식은 70세인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어떻게 해서든지 최저생활비는 연금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금리 시대에다 세제 혜택을 볼 수 있는 금융상품이 줄어들고 있어 불필요한 자산을 정리하고 씀씀이를 줄이는 것도 노후자금 마련에 보탬이 된다.
강 대표는 “빚이 있다면 과감하게 집을 줄이고 안 쓰는 골프회원권은 팔아서 정리해야 한다”며 “주식 투자로 10% 수익률을 내는 것은 어렵지만 한 달에 10만원 쓰던 것을 9만원으로 줄이는 것은 자기 의지대로 할 수 있어 절약이야말로 확실한 자산운용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양 연구위원도 “부동산은 은퇴 후 생활자금이 필요할 때 쉽게 인출할 수 없다”며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샀거나 가계자산에서 차지하는 부동산 비중이 너무 크다면 집을 팔거나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재무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은퇴 이후의 시간을 보낼 계획을 짜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이 소장은 “은퇴 후 매일 산에만 갈 수는 없지 않으냐”며 “현업에 있을 때부터 그동안 못했던 것들, 취미생활 등을 찾아 미리 준비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장수 리스크에는 평생 ‘현역’이 답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은퇴 준비를 잘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40대부터 인생이 얼마나 긴지를 깨닫고 미리 준비했다는 점”이라며 “은퇴 후 재취업 시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아야 하고 후배들에게 경쟁자로 비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록 허드렛일로 한 달에 50만원을 벌더라도 연 2억원을 예금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창업 실패, 질병 등 은퇴자들을 위협하는 요소는 많지만 가장 위험한 것 중 하나인 자녀 리스크도 대비해야 한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따르면 설문조사 결과 자녀 교육비 때문에 노후 준비를 못했다는 응답이 60%에 달했다. 현재 50~60대 648만가구 가운데 은퇴 빈곤층은 271만가구(42%)지만 지금처럼 자녀 결혼비용을 대줄 경우 110만가구(17%)가 추가로 은퇴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강 대표는 “부동산 임대로 월 몇백만원씩 벌며 노후 준비를 잘했다고 소문났던 지방의 한 70대 노부부가 막내딸 유학비 때문에 사업하다 쪽박 찬 경우도 있었다”며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자식을 과보호하며 키웠는데 냉정하고 야속하게 느껴지더라도 자식에게 엄격해야 부모도 살고 자식도 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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