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연 기자]아시아나 항공 여객기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활주로 충돌 사고와 관련해 미국과 우리나라 사이에서 미묘한 기류 차이가 감지되고 있다. 먼저 조사 주체인 미국에서는 일부 언론들을 중심으로 사고 초기 부터 기체 결함 가능성 보다는 조종사 과실 쪽에 무게를 두는 듯한 전망과 보도가 나오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조종사 과실 가능성도 있지만 기체결함, 공항 시스템 및 인프라 미비 등도 동일한 선상에서 조사해야 한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데보라 허스먼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의장은 8일 오전 11시(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블랙박스의 비행자료 기록장치(FDR)를 분석해 인용하며 “충돌 3초전 항공기 속도는 103노트(191km/h)로 엔진 출력은 50%였고 엔진 파워는 증가하고 있었다”며 “충돌 당시 속도는 106노트(196km/h)였다”고 밝혔다. 사고 항공기가 착륙시 권장 속도 137노트(254㎞)보다 훨씬 느렸으며 낮은 고도 탓에 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고기 조종사가 ‘출력 레버를 당겼지만 생각만큼 출력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국 사고조사반에 진술한 것과 관련해 NTSB 관계자는 “레버를 당기면 출력이 올라갈 때까지 일정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이전에 충돌했다”며 “그렇게 진술은 부분은 의미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허스먼 위원장이 “아직 조사는 한참 멀었다”며 기장의 과실로 단정하긴 이르다고 말하고 있지만 발표되는 조사 결과나 미국 현지 보도는 조종사 과실 가능성에 좀더 방점을 두고 있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당시 NTSB의 브리핑을 인용하며 조종사 실수 가능성에 힌트를 주고 있다고 했고, CNN은 조종사가 샌프란시스코공항 착륙 경험이 많지만 보잉777 기종으로는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조종사 과실에 조사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조종사 과실 이외에도 기체 결함 및 공항 시스템 문제 가능성이 거세게 대두되고 있다. 실제 이번 사고기인 보잉 777기는 지난 2009년에도 영국 히드로 공항에서 비슷한 착륙 사고를 낸 적이 있다. 영국 브리티시 에어웨이즈(BA)의 보잉 777-200ER기가 착륙 과정에서 미끄러지면서 부상자를 낸 것이다. 사고 원인으로는 연료 결빙이 지목됐고 이듬해 미국 보잉사는 보잉 777기종에 대해 연료공급 장치의 결빙에 따른 사고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전파항법 시스템인 글라인드 슬로프 고장 역시 NTSB는 사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보고 있으나 국내에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뿐만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공항이 활주로안전구역(RSA)을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도 조종사에게 영향을 줬을 가능이 있다.

항공업계에선 항공기 사고 조사가 길어지는 것과 관련해, 조사 주체인 사고 발생 국가와 항공기 등록 국가, 항공사, 그리고 항공기 제작사의 입장이 모두 반영되는 것도 하나의 이유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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