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인숙 여행칼럼니스트]한비야의 책 ‘바람의 딸 걸어서 세 바퀴 반’을 마치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기다리던 날들이 있었다. 떠날 수 없는 현실의 공허함을 수많은 여행기와 사진이 채워주던 시간도 있었다.
낯선 곳에서의 생경함, 어색함, 서투름은 오히려 팽팽한 긴장감과 신선함으로 느껴졌다. 그 감각들이 오감의 무엇보다 뇌를 자극시켰다. 그 자극만으로도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었다. 그렇게 길 위의 날들을 별도의 일탈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 여행기는 잘 읽지 않게 됐다. 몇 번의 배낭여행 경험으로 ‘글로 적은’ 다른사람의 여행은 더 이상 내 상상력을 자극할 수 없었다.
순간의 일탈로만 여겨지던 여행이 긴 인생의 일부, 일상의 연장이라는 관점으로 상기되기 시작했다. 여행이 내 삶의 한 부분이라니. 그것은 떠남의 의미를 한층 두텁게 해주었다. 과거에 연연하고 미래를 걱정하지만 내가 사는 시간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아닌가? 이제 남의 여행은 시시해졌다. 일상의 탈출구로만 여겨졌던 여행의 의미도 달라졌다. 그것이 내 소유의 시간이 되었을 때만이 가치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여행도 인생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것은 내 인생, 내 여행이다.
내겐 아주 특별한 147일간의 여행. 마침내 여정을 꾸리기 시작했다.
정리=강문규기자mkka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