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미만 상영관 개봉작 중 역대 최단기간 관객 7만명 돌파

‘까밀 리와인드’ 등 ‘작은 영화’ 선전 국내 영화시장 저변 확대

영화 ‘마지막 4중주’<사진>가 개봉 25일만인 지난 18일 관객 7만명(이하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돌파했다. 이 영화는 개봉 이후 줄곧 30개 남짓한 스크린에서 상영돼 평균 사나흘 만에 1만명씩 관객을 끌어모았다. 전국 수백개 상영관을 통해 대규모로 상영되는 일반 상업영화에 비해 10분의 1에서 심한 경우 10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의 스크린을 잡는 ‘다양성 영화’로는 ‘설국열차’급 흥행속도다. 이 영화의 수입사 티캐스트는 30개 미만의 상영관에서 개봉한 작품으로는 역대 최단 기간 7만명 돌파 기록이라고 자체 추산했다. 또 다른 다양성 영화 ‘까밀 리와인드’도 개봉 한 달여 만인 지난 19일 관객 2만명을 넘어섰다. 30개 미만 상영관에서 개봉하는 소규모 배급작을 의미하는 다양성 영화 중 ‘까밀 리와인드’가 2만 관객을 넘은 것은 올 들어 22번째다. 2011년과 2012년의 같은 기간 관객 2만명을 넘은 다양성 영화는 각각 19편으로 올 들어 3편이 늘었다.

겨울 시즌 ‘7번방의 선물’로 시작해 한여름 극장가 ‘설국열차’ ‘더 테러 라이브’ 등으로 이어진 한국영화의 잇따른 대규모 흥행으로 극장가가 역대 최고 수준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작은 영화’들도 선전을 거듭하는 다양성 영화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멀티플렉스 체인 극장이 같은 계열사 투자배급작을 우대하고, 일부 대형 흥행작이 주요 극장과 상영시간을 ‘싹쓸이’하다시피하는 가운데에도 작은 영화들이 ‘틈새’를 파고들어 국내 영화시장의 다양성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올해 눈에 띄는 것은 다양성 영화시장에서 흥행작들의 장르와 소재, 국적이 그야말로 다양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해 다양성 영화 중 최고 흥행작은 우디 앨런 감독의 ‘로마 위드 러브’(17만9000명)이고, 2위는 제주 태생의 한국 독립영화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14만3000명)이다. 미국 로맨틱 코미디 ‘실버 라이닝 플레이북’(12만6000명)과 클래식음악 소재의 드라마 ‘마지막 4중주’가 그 뒤를 잇고 있다.

한국 독립영화로는 비구니들의 수행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길위에서’(4만3000명)나 홍상수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3만4000명) 등이 선전했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를 비롯해 ‘문라이즈 킹덤’ ‘더 헌트’ ‘마스터’ ‘러스트 앤 본’ 등 세계적인 예술영화 거장의 작품이나 해외 영화제 화제작도 3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지난 14일 개봉하자마자 단숨에 2만8000명을 동원한 ‘언어의 정원’ 같은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는가 하면 감독판으로 재개봉한 ‘레옹’(4만2000명) 같은 흥행작도 있었다.

국내 영화계에서 다양성 영화의 흥행성패를 가늠하는 관행적인 지표가 됐던 ‘관객 1만명’을 넘은 작품은 지난 19일까지 총 43편으로 2012년의 36편, 2011년의 39편에 비해 10~17% 정도 늘었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