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출구전략 우려와 중국 경기불안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연기금이 증시를 방어하는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연기금의 순매수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측하지만 단순한 수급보다는 기업 실적이나 경제 여건 등 기초적인 요소들에 주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8월 들어 9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4050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과 투신권이 같은 기간에 각각 2440억원, 1129억원을 순매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주 미국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코스피지수가 2일 1923에서 7일 1878선까지 떨어졌지만 연기금의 매수세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연기금 매수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순매수 금액은 총 4조4025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1조685억원의 순매도를 보였다. 올 하반기엔 1조6039억원 가까이 사들이며 작년 8744억원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전문가들은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연기금의 매수세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당국이 자본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연기금 투자를 적극 유도하고 있고, 공적 투자자가 상장사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도록 돕는 ‘10%룰’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점도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은 저가매수해서 장기보유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면서 “최근 미국, 중국 등 G2의 악재 우려가 어느 정도 완화되면서 밸류에이션 대비 낮은 가격의 우량 종목들을 사들일 시점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관측된다”고 분석했다.

한치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목표대로 주식투자비중을 늘린다면 연말까지 총 88조원의 국내 주식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기금 역시 수익률에 대해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언제까지 주가 부양의 중심축 역할을 담당할 수는 없다”면서 “막연히 수급 주체에 투자를 기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이제는 기업실적과 경제적인 여건 등 기초적인 부분을 더 점검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대형 자산운용사의 한 임원은 “약세장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잡는 연기금의 행보에 관심을 가질 필요는 있지만, 연기금은 장기 계획에 의해 투자를 결정하는 만큼 연기금이 매수한 종목이 단기간에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섣불리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양대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