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의 위기라고 하지만 늘 있어왔던 얘기죠. 책은 모든 산업 중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깊고 오래 이어져 오고 있는 분야잖아요. 책의 미래 역시 진화할 것이라고 생각해요."(방현규)

“대학을 졸업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지워나가다 보니 하고 싶은 게 남더라고요. 좋아하는 책을 가까이 하고 만드는 게 즐거워요.”(양현경)

지난 16일 출판교육 전문기관인 서교동 서울북인스티튜트(SBI)에서 만난 두 학생은 책의 미래를 밝게 내다보며 환하게 웃었다. 2005년 문을 연 SBI는 지원자가 너무 많아 독서이력제 등 진입장벽을 높였는데도 여전히 평균 7대1로 입학하기가 만만치 않다. 이런 분위기는 사실 출판계 현실에 견주면 의외다. 모바일시대에 출판산업과 국민독서력은 눈에 띄게 위축되고 있기때문이다.

사실 각종 출판산업 지표들은 모두 아래를 향하고 있다. 1분기 책을 한 권이라도 낸 출판사는 모두 3129개사로 전년 동기대비 446개사가 줄었다. 출판 상장사의 1분기 매출액도 전년동기대비 5.9% 감소했으며, 인터넷 서점의 매출 역시 전년동기 대비 6.2% 떨어져 경영환경이 나빠지고 있다. 책 유통의 혈관격인 서점 수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며 1997년 5407개이던 서점은 이제 1722개로 참혹할 정도다. 책은 통계청의 서비스업 동향조사에서도 최근 5년간 판매액 지수가 가장 낮다. 한 마디로 책이 안 팔린다는 얘기다.

서울 북 인스티튜트<br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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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는 한 나라의 지적 수준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좋은 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여건 조성은 국가 정책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공적 가치를 지닌 책은 시장에 그대로 내맡겨서는 안된다는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왜곡된 유통 구조를 바로잡고 출판-도서관-서점의 유기적인 지식 생태계를 세우는게 시급하다.

▶공공도서관 역할 재정립 필요=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전하는 책은 많을 수록 좋다. 최근 몇년간 발행종수가 점점 주는 일은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좋은 책이 독자들에게 다가가지 못할 때 출판과 콘텐츠산업 전반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출판계는 이럴 때 공공도서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약 800여개 전국 공공도서관이 1년 동안 책을 구매하는 비용은 650억원으로 출판계는 이를 3000억까지 늘려야 좋은 책 다양한 책이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한다. 말하자면 전국 공공도서관이 현재 단행본으로 출간되는 책 1만5000여종을 2부씩 의무적으로 구입하면 출판사들이 좋은 책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된다. 현재 공부방 수준의 공공도서관도 지역 문화공동체의 중심으로 바꾸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최근 지역 주민들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지자체별로 책읽기 운동과 자생적 독서 모임이 꿈틀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군포시의 경우 독서진흥팀을 두고 체계적인 독서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부천시, 광진구 등도 책읽기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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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 서점, 출판사 공생의 룰=책 유통의 실핏줄 격인 서점살리기는 출판계 공동의 과제다. 지금의 유통구조로는 온라인 서점의 할인에 맞서 작은 서점이 살아남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현재 입법 예고된 도서정가제 개정안은 어느 정도 책의 정상적 유통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발의된 도서정가제는 신간과 구간(출간된지 18개월이 지난 도서) 구별없이, 또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모두 10% 할인만 가능하도록 묶은 상태다. 그러나 인터넷서점들이 10%마일리지 허용을 주장하고 있어 합의 도출에 난항이 예상된다. 출판계는 그동안 책 유통의 왜곡은 구간의 마구잡이식 할인에 있다고 판단해 마일리지 적용에 대해선 비교적 관대한 편이긴 하다. 이와 관련, 동네서점들의 입장은 다르다. 온라인 서점처럼 독자들에게 10% 마일리지를 주는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선 온라인 서점에 견줘 책을 비싸게 받는 데다 카드수수료를 제하고 나면 온라인 서점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독일의 경우 배송비가 포함된 온라인 서점의 책값이 더 비싼 구조다. 동네서점들은 무엇보다 출판사가 온라인 서점보다 높게 공급하는 책 가격의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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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 독서력 높이기=독서력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사실은 선진국들이 독서진흥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데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중국의 경우 최근 국민독서를 촉진하는 ‘전 국민독서촉진조례‘를 제정키로 했다. 중국인의 연간 평균 독서량은 2011년 기준, 4.35권으로 미국의 15권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한국의 연간 독서량은 11권, 프랑스 20권, 일본 40권으로 일본의 독서력은 세계 최강이다. 일본은 유아 북스타트운동, 학교 아침독서운동 등 책읽는 습관들이기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도 독서를 교과 과정으로 편입,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2012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경우 연간 40여권의 책을 읽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중고등학생은 10권대로 확 떨어진다. 이와 함께 기업의 독서이력제 도입도 고려해볼 만하다. 직원 채용시 인문 사회 철학 경영 등 연간 독서량을 채우도록 하는 방법이다. 안철수연구소의 경우 이를 인사제도로 구축, 시행하고 있다.

이윤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