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생생뉴스] ‘혼외 아들’ 의혹에 휩싸인 채동욱 검찰총장이 13일 자진 사퇴했다. 채 총장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를 강조했지만 확인되지 않은 ‘혼외 아들’ 논란에 결국 총장직에서 5개월만에 사퇴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날 오후 황교안 장관이 채 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장관이 현직 검찰총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하지만 황 장관이 채 총장 감찰을 전격 결정한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들도 드러나면서 ‘배후 세력’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는 “국가의 중요한 사정기관의 책임자에 관한 도덕성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검찰의 명예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라며 감찰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법무부의 갑작스러운 감찰 착수 발표는 사실상 채 총장에게 ‘스스로 사퇴하라’는 신호와 함께 여권 핵심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검찰 조직의 수장에 대한 감찰을 법무부 장관이 독단적으로 결정한다는 건 선뜻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검찰 수장에 대한 사상 초유의 감찰을 지휘할 책임자인 안장근 감찰관이 국내에 없는 상황에서 언론에 먼저 감찰 착수를 알리고 나선 것도 요인으로 해석되고 있다.
검찰 내에서는 황 장관이 감찰 라인을 배제한 채 감찰 결정을 내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감찰 파트 근무 경험이 있는 한 검찰 관계자는 “통상 감찰 사안이 생기면 1∼2일 정도 검토한 뒤 착수 여부를 결정한다”며 “감찰 라인을 빼놓고 이런 식으로 결정하는 일을 본 적이 없다. 정상적인 감찰 착수가 아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 법무부는 소속 공무원에 대해서만 감찰을 할 수 있어 법무부가 밝힌 대로 ‘진상 규명’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전자 감식을 통해서만 채 총장의 혼외 아들 여부를 밝힐 수 있는데 채 총장의 내연녀로 알려진 여성에 대해 법무부가유전자 감식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감찰관이 없어도 직원들은 모두 있어 감찰을 할 수 있고 원래 장관 일정은 유동적”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서 돌아오기 전부터 황 장관이나 청와대 민정라인에서 채 총장 감찰을 준비했다가 박 대통령 귀국 후 최종 재가를 받아 감찰 지시를 발표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검찰과 정치권에서는 조선일보가 지난 6일 채 총장의 ‘혼외 아들’ 논란을 처음 보도한 이후 ‘배후 세력’이 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됐다. 실제 채 총장은 조선일보의 보도를 처음 접한 뒤 “조선일보 보도의 저의와 상황을 파악 중에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간 일각에서는 채 총장 취임 이후 개시된 검찰 수사가 청와대나 여권을 비롯해 국가정보원이나 경찰 등 국가의 핵심 조직에 부담을 줬다며 못마땅해하는 분위기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정원 대선·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통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기소하는 과정에서 여권 수뇌부와 척을 졌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채 총장은 이후에도 “검찰총장으로서 검찰을 흔들고자 하는 일체의 시도들에 대해 굳건히 대처하면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 본연의 직무 수행을 위해 끝까지 매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었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은 역대 정권마다 논란이 됐다. 채 총장은 검찰총장후보추천위를 통해 임명된 첫 총장이었던 만큼 정치적 독립에 대한 검찰 안팎의 기대가 컸다. 때문에 채 총장이 임명 5개월 만에 확인되지도 않은 의혹으로 물러나게 되면서 자칫 어렵게 시작한 검찰의 독자적 개혁 작업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