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LIG건설이 부도 직전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2000억원대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사기 등)로 기소된 구자원(77) LIG 그룹 회장과 아들 구본상(42) LIG 넥스원 부회장이 나란히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 대기업 오너 부자(父子)가 동시에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김용관)는 13일 구 회장과 구 부회장에 대해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8년을 선고하고 구 회장을 법정구속했다. 함께 기소된 구 부회장의 동생 구본엽(40) 전 LIG건설 부사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구 회장 부자가 관여해 LIG건설이 영업이익을 과대계상하는 등의 방식으로 분식회계를 했고 이것이 CP 투자자들에게 기망행위로 작동했다”며 분식회계에 의한 사기성 CP 발행 혐의를 인정했다. 또 “구 회장 등 피고인들이 2010년 12월 말께에는 LIG 건설 기업회생신청을 계획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 이후 LIG건설이 기업회생신청계획을 숨긴 채 CP를 판매하고 대출을 받은 점에 대해서는 사기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으로 800여명에게 3437억여원 상당의 피해를 입히고 기업 및 시장 신뢰 떨어뜨려 자유주의적 시장경제 질서 무너뜨리는 등 범행의 동기 및 경위 비난 가능성 높고 죄질이 좋지 않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구 부회장에 대해서는 “범행을 최종 결정하지 않았을 뿐 결정적 역할을 했고, 그룹 경영권을 승계받을 지위에 있어서 가장 큰 경제적 이익 취득할 가능성 있다”고 밝혔다.
이들과 함께 기소된 오춘석 LIG 대표이사와 정종오 전 LIG건설 경영지원본부장도 혐의가 인정돼 각각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구 전 부사장에 대해서는 “회계관련 사안은 보고받거나 결재하지 않았고, 임원 회의에 거의 참석하지 않아 분식회계나 편취행위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LIG의 CP에 투자해 손해를 본 이들이 신청한 배상명령에 대해서는 “심리가 더 필요하고 형사소송을 통해 심리하기에는 재판지연의 우려가 있다”며 각하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투자 손해를 배상받기 위해 별도의 민사소송을 치러야할 형편에 처하게 됐다.
LIG 그룹 오너 3부자는 과거 LIG건설 인수 과정에서 담보로 제공했던 다른 계열사 주식을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회수하기 위해 LIG건설이 부도 직전인 사실을 알고도 2100억여원 상당의 CP를 발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LIG건설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한 2011년 3월 21일부터 불과 수일 전까지 CP를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3부자는 양호한 신용등급을 받아 CP를 순조롭게 발행하기 위해 LIG건설의 재무제표를 허위로 조작한 혐의도 받았다.
앞서 검찰은 구 회장과 구 부회장에 대해 각각 징역 8년과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구 부사장에 대해서는 징역 8년을 구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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