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배사장 해임건의안 상정 60여일 지났지만 자정 외면
-김석만 이사장, 시의회 업무보고 “학생면담” 이유로 불참
-박인배 사장 비리 드러나도 박시장 비호로 해임은 힘들듯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사장에 대한 해임촉구 건의안이 시의회 상임위에 상정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세종문화회관과 서울시의회의 갈등이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16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지난 4일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광위)의 세종문화회관에 대한 업무보고가 파행됐다.
이번 업무보고는 지난 7월 경영 미숙과 무단예산 집행 등을 이유로 상정된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사장에 대한 해임 건의안 처리에 앞서 세종문화회관의 자정노력을 평가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유는 김석만 세종문화회관 이사장과 한찬희 감사 등 참석을 요청받은 핵심인사들이 모두 불참했기 때문이다. 부득이하게 시의회 출석이 어려울 경우 불참사유를 공문서에 적어 사전에 보고하면 되지만 김석만 이사장의 경우 업무보고 이틀 전 공문서가 아닌 이메일 형태로 불참을 알렸다. 불참사유는 교수로 재직중인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 개별면담’ 이었다.
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김정재(새누리당) 의원은 “언제든지 할 수 있는 학생면담을 이유로 , 그것도 이메일 형식으로 알려 업무보고에 불참하는 건 납득할 수 없다”며 “이는 명백한 ‘의회경시’ 행태”라고 비판했다.
문광위는 세종문화회관의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없을 경우 오는 11월 정례회 때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킨 뒤 본회의에 상정한단 계획이다. 또 행정감사를 통해 절차에 어긋하고 정당성 없는 사업에 대해서는 예산을 대폭 삭감할 방침이다.
▶막나가는 세종문화회관, 무능한 사장 탓?=설립 35년만에 사상 처음으로 사장이 해임 위기에 몰린 만큼 당초 시의회는 세종문화회관이 여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업무보고에 임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자정노력을 보이는 것은 커녕, 해임건의안이 상정되고 60여일이 지났지만 지적사항에 대한 별도 보고는 단 한차례도 없었다.
문광위 관계자는 “지난 7월 시정질문 직후 해명으로 일관하는 보고서만 한차례 받았을 뿐 개선 및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은 전혀 내놓은 게 없다”고 꼬집었다.
세종문화회관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를 놓고 그동안 곪았던 세종문화회관 내부의 조직갈등이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사실상 박인배 사장은 사장으로서의 권위를 상실한 상태”라면서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업무협력 및 정무적인 일도 사장이 아닌 단장들끼리 협의회를 만들어 직접 해결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박인배 사장이 왕따를 당하는 형국”이라고 털어놨다.
복수의 시의원들도 “보통 기관의 대표가 공개적인 장소에서 발언을 하면 아무리 그 대답이 맞지 않더라도 내부직원들은 이에 반하는 발언을 하기 힘든데 세종문화회관의 경우 그런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면서 “내부 소통이 전혀 안되는 듯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감사는 진행하지만 박인배 사장 거취까진…=서울시는 시의회의 지적에 따라 현재 세종문화회관에 대한 감사를 진행중이다. 세종문화회관이 운영중인 삼청각의 납품비리의혹 등은 지난달 말 경찰에 고발했고 불공정거래와 인시비리, 경영적자 문제 등은 10월 중순, 경영 감사를 통해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감사 결과 혐의가 들어날 경우 규정에 따라 관련자 인사조치 등 엄격하게 징계할 방침이다.
하지만 혐의가 드러나도 박인배 사장까지 징계하긴 힘들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감사결과가 나와도 담당자에 대한 징계 수준에서 끝날 것“이라면서 “박인배 사장이 직접 연관됐다는 증거가 없는 이상 박인배 사장을 해임시키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임명한 인사라는 점도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인배 사장은 박 시장 캠프에 몸 담았던 범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사무총장 출신으로, 대표적인 진보 문화예술계 인사다. 해임될 경우 진보 쪽 반발과 함께 박 시장으로서는 스스로 잘못된 인사를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내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해임카드를 꺼내긴 쉽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솔직히 스스로 물러나 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전혀 그럴 기색이 없는 것 같다”면서 “그저 다독거리면서 ‘잘해보자’란 말밖에 지금으로선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털어놨다.
